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 입대 대신 징역형을 선택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취지의 판례를 정립한 데 이어, 대법원에 계류돼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 대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9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서아무개(25)씨의 병역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2·3부는 이날 서씨 사건을 포함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34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날 하루 하급심에서도 부산지법 항소심에서 3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병역법 4건, 예비군법 위반 1건 등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고 여호와의 증인 쪽이 밝혔다.
대법원이 소부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대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전원합의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서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이 서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의 종전 견해를 따른 것이지만,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여서 처벌할 수 없다고 견해를 변경한 이상 이와 상반되는 원심판결은 결과적으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씨는 2014년 12월8일까지 입영하라는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다시 열릴 2심에서는 서씨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양심이 진정으로 성립된 것이지 등을 성장 과정과 종교적 신념의 정도 등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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