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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몸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60살? 65살? 대법원서 공개변론

등록 2018-11-29 18:28수정 2018-11-29 20:08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1989년 60살 늘린 가동 연한
29년 동안 변화 없이 유지돼
원고 “평균기대수명 10살 늘어
고령노동자 취업도 늘어나”
피고 “정년연장 강제 효과
보험료 인상·청년실업 악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은 많이 변화됐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당시보다 10살 이상 늘어난 82.4살이고, 고령노동자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9.3%에서 21.2%로 증가했다. 대법원이 규범을 현실에 맞게 이끌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일반 육체노동자 가동 연한은 최소한 65살로 상향조정돼야 한다(원고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

“평균 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기대수명은 오히려 줄었다. 가동 연한이 65살이 되면 정년연장을 강제해 국민이나 기업,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보험료도 인상되고 청년실업률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65살로 가동 연한을 연장하는 판결은 시기상조다(피고 대리인 김재용 변호사).”

29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손해배상 가동 연한 공개변론’에서 가동 연한을 65살로 늘리자는 원고 쪽과 현재의 60살로 유지하자는 피고 쪽이 맞섰다. 가동 연한은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가장 많은 나이’로 늘어날수록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이 많아진다. 대법원은 1989년 12월 가동 연한을 55살에서 60살로 늘렸지만, 29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수명 연장, 고령화와 노인 노동 인구의 증가 등을 고려해 가동 연한을 대법원 판례보다 긴 65살로 봐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계속 나왔다.

원고 쪽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를 강조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도 평균 기대수명, 경제 수준, 노동시장 등 사회경제적 상황을 중요한 요소로 봤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뀐 이상 가동 연한도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정년이 60살로 늘어났고, 국민연금 수급 시점도 60살에서 65살로 연장됐다고도 지적했다. 미국 65살, 독일 67살, 일본 67살 등 외국의 가동 연한이 모두 60살보다 높은 것도 주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피고 쪽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가 가동 연한을 늘릴 만큼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재용 변호사는 “65살부터 연금이 지급돼 5년간 공백이 있다 보니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60~64살 고령자의 취업률이 높아졌다. 자녀 혼인 시기가 늦어지고 이혼율이 증가한 것도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 쪽은 통계청의 건강기대수명이 2012년 65.7살에서 2016년 64.9살로 오히려 줄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해 참고인으로 나온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건강기대수명은 약을 먹고 있으면 건강하지 않다고 통계에서 제외해 과도하게 산정된 감이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2016년 건강기대수명은 73.2살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가동 연한 연장이 가져올 ‘파급력’도 두 번째 쟁점으로 다뤄졌다. 피고 대리인인 김재용 변호사는 “정년연장이 강제되고, 보험료가 늘어나며, 청년취업의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원고 대리인인 윤영식 변호사는 “현재 정년 규정도 노동 현실에 미치지 못해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가동 연한으로 배상금이 커지면 경각심이 더 높아져 사고 발생이 줄어들고 오히려 보험료가 낮아질 수도 있다”, “가동 연한 변경은 청년실업과 관계가 없고, 노년층의 자존감을 높이고 실질적 복지에 기여할 것이다”라며 반박했다.

김선수 대법관도 “1989년에 가동 연한을 60살로 인정된 후 60살 정년이 시행된 게 2017년 1월1일이다. 30년이 걸렸다. 가동 연한을 65살로 연결하더라도 정년연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접 연결되진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정년연장을 압박한다고 본다”는 피고 대리인 이옥형 변호사의 답변에 김 대법관은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사회 진보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전문가는 가동 연한이 늘어나면 보험료는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참고인인 박상조 손해보험협회 법무팀장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대법 판례대로 60살을 기준으로 상실수익과 휴업손해를 산정한다. 가동 연한 변경되면 약관 개정도 검토해야 하고, 자동차보험은 최소 1.2· 정도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상옥 대법관은 ‘오래 일하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박 대법관은 “가장 좋은 건 사회안전망, 연금 등을 통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한 뒤 노후에 미처 하지 못했던 개인적 취미나 바람직한 활동을 하고 삶을 마치는 게 아닌가. 65살, 70살까지 일하는 게 삶의 질이 향상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걸로 생각하나”라고 원고 쪽에 물었다. 이에 대해 윤영식 변호사는 “실제 현실이 일할 수밖에 없고,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가동 연한을 늘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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