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재판관할 법원을 광주에서 서울로 이전해달라고 낸 신청이 최종 기각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광주고법의 관할이전 기각 결정에 대한 전씨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관할이전 신청이 최종 기각됨에 따라, 지난 8월 첫 공판기일 이후 정지됐던 재판 절차가 다시 광주지법에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관할이전의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관할이전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은 불복할 수 없다. 기록을 살펴봐도 원심결정에 위법이 없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소송 상황 등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때’에는 관할이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관할이전 신청이 기각된 경우의 불복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또 법원의 관할이나 판결 전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경우 외에는 불복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앞서 전씨는 지난 9월21일 광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받게 해달라는 관할이전 신청을 광주고법에 냈으나, 광주고법은 10월2일 이를 기각했다. 광주고법은 “광주지법에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객관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해,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지난 5월 초 재판에 넘겨진 뒤 '고령으로 광주까지 갈 수 없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뒤에도 서류 검토 등을 이유로 두 차례 더 재판연기 신청을 해, 지난 8월 27일에서야 첫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그는 첫 공판에서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연기했으며, 이어 법원에 관할이전 신청을 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재판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있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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