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씨의 상고심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라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 등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 판결 뒤 한 달 동안 사회 곳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법무부는 30일 확정판결을 받고 6개월 이상 감옥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57명을 가석방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가석방 최소 요건(형기의 3분의 1 경과)을 채운 병역거부자 63명 중 심사를 거쳐 57명을 풀어준 것이다. 당초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58명의 가석방을 의결했으나, 1명이 ‘부적격’ 사유가 발생해 가석방이 취소됐다. 남은 수감자는 14명이다.
병무청의 변화는 보다 빨랐다. 병무청은 지난 6월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제5조는 헌법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뒤 대체복무제 도입 때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입영을 연기시켜줬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로 낙인찍은 신상공개도 스스로 철회했다.
대법원 3부는 29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34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하는 등 전원합의체 판결을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 하급심에서는 병역법 위반 8건, 예비군법 위반 2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다만 검찰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지 제대로 심리해야 한다”며 무죄 판결에 상소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고검은 대구 남구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치킨집 폐쇄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구지법의 조정권고를 거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방부도 ‘징벌적’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의 우려에도 ‘36개월 교정시설(교도소) 합숙근무’라는 대체복무제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36개월은 육군 현역 복무 기간(1년6개월)의 2배다. ‘현역 복무 기간과 대체복무 기간은 동일’해야 하며, 대체복무 기간이 더 길 때는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고 길더라도 1.5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유럽인권재판소 등 국제사회 기준과 동떨어져 ‘징벌적 대체복무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교도소·구치소에 수감됐던 만큼 이들을 다시 교정시설에 보내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난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의 1.5배가 넘지 않아야 하며, 복무 영역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