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주문하신 피자가 ‘더블 퐁듀 쉬림프 피자’ 맞나요?”
지난달 10일 피자헛 콜센터인 ㄱ업체에서 일하던 김아무개(20)씨는 고객의 주문이 정확한지 한번 더 물었다. “맞다”는 답을 들은 뒤에야 주문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그러나 얼마 뒤 고객의 항의를 받았다. 손님이 주문한 피자는 ‘더블 퐁듀 쉬림프 피자’가 아니라 ‘더블 퐁듀 쉬림프 & 비프킹 피자’라는 주장이었다. 메뉴 이름이 비슷해 생긴 ‘해프닝’이지만 김씨는 웃을 수 없었다. 회사가 김씨에게 잘못 주문된 피자값의 절반을 물어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손님에게 메뉴를 거듭 확인하고 주문을 넣었지만, 회사 쪽은 내가 처음에 제대로 듣지 못한 게 문제라며 월급에서 돈을 제했다”고 말했다. 한달 평균 60만원을 버는 김씨는 11개월 동안 콜센터에서 일하며 이런 이유로 14만원가량을 ‘떼였다’. 같은 업체에서 일한 정아무개(20)씨 역시 1년 동안 20만원가량을 같은 이유로 받지 못했다. 이런 ‘페널티’는 피자헛 콜센터에만 적용된 게 아니다. 도미노피자 콜센터에서 일했던 김아무개(23)씨도 “직원이 주문 실수를 하면 잘못 나간 음식값의 50% 정도를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등 70여개 회사의 콜센터 업무를 위탁 운영 중인 업체가 주문 착오로 발생한 손해를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에서 떼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업체는 주문 실수로 인한 손해를 각 가맹점에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ㄱ업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업체는 직원 대부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뒤 정해진 일당과 주문 전화 1건당 400원으로 계산된 일당 가운데 더 많은 액수를 급여로 지급해왔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성과 수당을 많이 받기 위해 주문을 급하게 접수하면서 사고가 잦아지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런 ‘페널티’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ㄱ업체 관계자는 “주문 실수가 생기면 콜센터에서 각 가맹점에 손실 비용을 줘야 한다”며 “주문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일 뿐이고 직원들에게 걷는 것은 일부다. 손실 비용 대부분은 회사에서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 녹음을 들어 직원 과실이 확실한 경우에만 수당을 삭감한다. 매번 삭감하는 것도 아니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때때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많아야 한달에 2만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문 착오 손실 비용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물리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입사 전 교육에서 ‘주문을 부주의하게 받으면 안 된다’는 교육을 하지만, 임금 삭감과 관련해선 사규나 내규가 존재하지 않는다. ㄱ업체는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해당 지침을 폐기했다.
전문가들은 임의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없이 임금을 깎는 것은 임금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금 ‘전액’을 통화로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적법한 절차나 동의 없이 회사 쪽이 손실을 임의로 계산해 임금을 깎아 지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주문 착오 비용을 알바에게 무는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며 “설령 직원이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고의성이 있거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업체가 손실을 배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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