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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서] ‘하나님’ 아래 목사님?

등록 2018-12-02 14:01수정 2018-12-02 14:23

경기 하남 ㅅ교회 관계자들은 대화 도중 기자를 보고 수차례 “교회에 안 다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교회를 다닌다면 쉽게 이해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 교회에서 8년여 ‘관리집사’로 있던 부부가 성남고용노동지청에 교회를 상대로 임금·퇴직금을 달라는 진정(“주님의 종이라는…목사 가족에게 우린 노예였습니다”)을 낸 직후였다. 교회는 8년을 관리집사로 ‘일’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끝내 ‘일’이 아니라 ‘봉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3∼18년 ‘20○○년도 교회 봉사지원서’를 보여줬다. 관리집사 부부가 자기 이름을 적고 ‘수양관 봉사’, ○○빌라’, ‘차량봉사’ 등에 항목에 체크한 뒤 서명한 서류였다. 그러면서 ㅅ교회 쪽은 “다른 교인들도 이런 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항목에 체크해서 봉사했는데, 같은 식이면 모든 교인에게 임금을 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1만2천평 수목장을 조성하고, 5천평 논밭 농사를 짓거나, 18세대 빌라를 관리하면서 하수구를 뚫어주거나 옥상 누수 공사를 한 것이 사회 통념상 ‘봉사’라고 할 수 있을까. 교회가 아니었다면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운행만 했어도, 부부는 월 70만∼150만원보다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다.

2011년 ㅅ교회가 운영하는 경기 양평 수양관에서 경운기를 몰다가 관리집사 아내가 머리를 다쳐 1주일가량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당시 ㅅ교회 쪽이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은 일에 관해 묻자 “남편이 잘못 운전해 아내가 다쳤는데, 왜 교회에서 물어야 하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내는 이 일 이후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중장비 면허가 없는 관리집사 남편에게 왜 굴착기 운전을 시켰느냐고 묻자 “교회 안에서만 했던 것”이라고 했다. 관리집사 남편도 2012년 굴착기 전복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교회에선 대한민국 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ㅅ교회 일가족 세 목사(아버지, 어머니, 딸)의 지시가 잘못된 것이라도 거역할 수 없었다는 관리집사 부부의 말을 전해주자, ㅅ교회 쪽은 목사와 관리집사 남편이 같은 밥상에서 식사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는 권사 6명만 나타났다. 일가족 목사 3명 중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자에게는 ‘겸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관리집사 아내는 “(우리가) 농장에서 기른 가장 좋은 수확물과 그걸로 만든 반찬을 목사 가족에게 바쳤다”고 했다. 힘든 일에 조금이라도 목사의 말에 토를 달면 “하나님이 기름 부은 종(목사)에게 따지는 건 하나님에게 따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8년간 터무니없는 처우를 당하면서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냐’고 묻자, 관리집사 부부는 “교회 안에 있을 때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목사님들이 나무라면 그냥 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더 잘해보려고만 애썼다”고 했다. 관리집사 아내가 쓴 일기를 보면 교회 밖에선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교회 안 정서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께서 부르셨다… 내가 잘못한 것이었다. 나는 잘못했다는 것을 말했으나 왜 그랬느냐고 물어올 때 솔직한 대답을 못 했다.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었으니까… 목사님께서 말을 하라고 하시는데 나는 자꾸 딴소리로 주절댄다. 집으로 돌아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말을 하자 김 집사(남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2015년 6월17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했다… 사탄의 밥이 되지 말아야지… 목사님에게 많이 죄송했지만 무엇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양관에 와서 김 집사님(남편)이 말을 했다. 이것이 우리 사명임을 안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주님 도와주세요. 밭에 물을 주고. 닭 밥을 주고 개밥을 주고, 개를 보니까 벌레가 너무 많아서 약 발라도 되지 않아서 양수리 병원에 가서 삼만원짜리 약을 사서 발라주었다… 매실을 담갔다. 20㎏.(2015년 6월18일)

김양진 기자
김양진 기자
<한겨레> 보도 직후 “나도 같은 처우를 받았다”는 관리집사들의 제보 메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ㅅ교회 관리집사 부부가 8년간의 노동이 ‘일’인지 ‘봉사’인지는 앞으로 세속의 법정이 결론지을 것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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