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달 2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시법 11조 폐지 선언 대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국회 앞’이라는 고정된 공간에서 열리는 사전 신고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원이 국회의사당 100m 이내 집회에 무죄를 선고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잇따라 상소를 하고 있다. 검찰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 달라 결정일로부터 소급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를 거스르는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5월31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일부터 11월23일까지 국회 100m 이내 집회·시위를 연 혐의로만 기소된 20건의 하급심 무죄 판결에 모두 항소·상고했다. 헌재는 국회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19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이런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의 한 형태로서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도 유예기간을 두어 국회가 직접 위헌인 법률을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위헌’ 결정과 다르며, 헌재 결정일로부터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항소·상고 이유서에서 “2019년 12월31일까지 현행 규정이 유효하게 적용되고, 개정 시한까지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며 “헌재 결정이 났다고 법 개정이 되기 전에 무죄를 선고하면,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헌재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형벌 조항의 위헌 결정이 나면 결정일로부터 소급 적용이 되고,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은 이런 효력이 ‘단순 위헌 결정’에만 적용되고 ‘헌법불합치 결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주장은 대법원 판례뿐 아니라 헌재 결정 취지와도 어긋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헌법불합치 결정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위헌 결정이 선고되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해 이 조항을 적용해 공소 제기된 사건에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도 200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위헌성을 담은 법률 조항에 기반해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자가 새로운 입법에 의하여 위헌성을 제거할 때까지 법원, 기타 국가기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 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를 바탕으로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도 지난 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위헌 결정으로 보는 이상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고,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며 관련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다. 한 판사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 같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헌재가 형벌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상, 검찰의 항소·상고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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