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 대표회의의 ‘사법 농단 연루 판사 탄핵 검토 의결’을 폄하하려는 쪽은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결론을 일방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의결 반대 입장을 밝힌 판사도 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확인돼 연구회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실제 법관대표 중 인권법연구회 회원도 27%에 그쳤다.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법관회의 결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지은희 수원지법 판사는 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5일 확인됐다. 지 판사는 “저는 그러한 결의를 원치 않았다. 판사로서 다른 판사를 공격하거나 미워하거나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에 관하여 정확한 사실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며 “이번 결의로 인하여 주변의 많은 또 다른 판사님들이 상처받은 것을 본다”고 지 판사는 썼다. 한 판사는 “인권법연구회 전체가 하나의 의견을 내는 게 아니다. 법관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고 다 찬성하는 것도, 반대하는 사람 있다고 다 반대하지 않는다. 연구회 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그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법관대표 119명 중 인권법연구회 회원은 32명으로, 전체의 27%였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등은 법관회의 집행부 13명 중 5명이 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법관회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인권법연구회 회원 규모와 비교하면 자연스러운 분포라는 것이다.
차성안 판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권법연구회 4~500명의 회원(다수의 유령회원 포함)은, 판사 3천명 가량의 15% 정도인데, 이번 대표 중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비율은 20%가량 된다고 전해 들었다. 회원 비율보다 5%가량 높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운영위, 분과위 참여 비율이 높을 수는 있는데, 대표 누구나 자원할 수 있고 내부 투표를 거치는 자리로 알고 있다. 그날 회의에서 운영진이 안건순서 변경, 안건 내용 토론에 어떤 부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도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권법연구회는 ‘연구모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탄핵 검토 의결에) 참여했던 모든 대표들에 대한 고민을 동료 법관으로서 이해하는 입장이다. 어려운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눴고,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당면한 가장 큰 과제에 대한 솔직한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보수 언론 등의 비판에 대해서 김 후보자는 “대표회의에 정치적 성향의 판사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며 “인권법연구회는 보편적 인권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이를 재판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공식 연구모임”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도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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