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돈 되는’ 유튜브 열풍의 그늘…늘어나는 계정 거래에 ‘먹튀’ 주의보

등록 2018-12-05 16:01수정 2018-12-05 16:11

‘중고나라’ 통해 유튜브 계정 거래 5개월 간 약 100개
거래 사기 당한 피해자 서울 강북서에 고소하기도
한 달 이용자 18억명 이상.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Hey Jini’(어린이 콘텐츠) ‘쌈바홍’(가수 홍진영의 개인 채널)’ ‘Jella 젤라’(미용법) ‘mugumogu’(반려동물) ‘영어 알려주는 남자’(영어학습) ‘KARD’(4인조 음악그룹 카드의 채널) 화면 갈무리.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한 달 이용자 18억명 이상.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Hey Jini’(어린이 콘텐츠) ‘쌈바홍’(가수 홍진영의 개인 채널)’ ‘Jella 젤라’(미용법) ‘mugumogu’(반려동물) ‘영어 알려주는 남자’(영어학습) ‘KARD’(4인조 음악그룹 카드의 채널) 화면 갈무리.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박아무개(24)씨는 지난 7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1만3천여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브 계정을 130만원 주고 구입했다. 박씨는 이 계정을 직접 운영하면서 시청자를 5만명까지 늘린 뒤 매달 500만~6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박씨가 구입한 계정은 유튜브에서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이다. 유튜브는 올 1월16일부터 해당 채널의 시청 시간이 지난 1년 동안 4천 시간 이상 또는 구독자 수가 1천명 이상일 경우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수익 창출 승인’을 내주고 있다. 그러니까 박씨는 시청 시간과 구독자 수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예 ‘수익 창출 승인’을 받은 계정을 구매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수익 창출 승인이 돼야 수익이 나오는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이미 수익 창출 승인이 된 계정을 샀습니다. 수익 창출 승인이 나기 힘들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어요. 최근에는 구독자 10만명 미만까지는 명당 200~250원 정도고, 10만명 이상부터는 명당 500원까지도 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수익 창출 승인 기간이 길어지고 누군가는 무한 검토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너도나도 수익 창출된 계정을 사는 것이죠.” 박씨의 설명이다.

개인방송 시대 최대 플랫폼인 ‘유튜브 열풍’이 거세게 일고 구독자 수백만명에 연 수익 15억~17억원을 올리는 유튜버가 생겨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계정을 사고파는 ‘유튜브 계정 거래’도 함께 활발해지고 있다. 취미나 ‘투잡’, 전업 유튜버 등을 꿈꾸는 이들이 초기 구독자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확보하기 위해 계정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단위까지 계정 거래 단가가 올라가면서 ‘먹튀’ 사기를 당하는 이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유튜브 계정을 사거나 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나라 갈무리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유튜브 계정을 사거나 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나라 갈무리
회원 수가 1693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중고 거래 사이트인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중고나라’에는 유튜브 계정을 사고 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중고나라에 ‘유튜브 계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유튜브 계정을 사거나 판다는 글은 약 100개 정도 나왔다. ‘구독 2.2만명 380만원에 팝니다. 수익창출O’, ‘유튜브 구독자 2만 급처(급처분의 준말) 합니다. 270만원’, ‘유튜브 수익창출 계정 삽니다’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인터넷에 글까지 올리며 유튜브 계정을 구입하던 이들의 상당수는 계정을 사려는 이유로 “처음에 구독자를 모으기 어려워 계정을 사서 시작하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독자가 ‘0’인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면 구독자 수나 조회 수를 늘리기 쉽지 않으므로 구독자를 모으는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10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유튜브 계정을 구매하려 한다는 30대 김아무개씨는 “방송을 하고 싶은데 구독자나 조회 수가 없으면 방송을 틀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그 기간을 줄이려 하는 것”이라며 “처음 시작하는 유튜버에게 기획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다 해야 하는데 시간이라도 절약하고자 구매를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400만원에 유튜브 계정을 구매하고 싶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장아무개씨도 “내가 만든 콘텐츠가 상위 노출이 되어야 하니까 (구독자가 확보된) 계정을 구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전에 채널 운영에 두 차례 실패하고 계정을 사서 하려 한다는 20대 ㄱ씨는 “어제 거래하려던 사람은 구독자 1000명짜리를 200만원에 판다고 하길래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 거절했다”며 “유튜버를 취미로 하려고 하는데, 만약 본업보다 (수익창출이) 잘 되고 자리가 잡히면 본업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유튜브 계정 사기를 당했다’며 올라온 글들. 포털사이트 갈무리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유튜브 계정 사기를 당했다’며 올라온 글들. 포털사이트 갈무리
문제는 계정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황아무개(26)씨도 지난달 13일 ‘중고나라’에서 구독자가 9천명쯤인 유튜브 계정을 사려다 사기를 당했다. 판매자가 황씨로부터 60만원을 송금받고 잠적해버린 것이다. 이전에 하늘다람쥐와 관련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구독자 3천여명을 확보했다가 계정을 판매한 적이 있다는 황씨는 “보통 채널을 키우는 데 1~2년 정도 걸리니까 (구독자가 많은 계정을) 사서 바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운동 관련 채널을 새로 해보려고 하다가 사기를 당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판매자를 사기 혐의로 서울 강북경찰서에 고소했다.

황씨처럼 수십만원 ‘먹튀’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튜버를 꿈꾸는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소액 사기가 이뤄지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에는 “어떤 분이 유튜브 계정을 판매한다고 해서 아침에 문상(문화상품권) 1만원권을 먼저 보내드렸는데 계정을 안 보내준다”, “유튜브 계정 사기를 당했는데 경찰에 신고하면 부모님께 전화가 가느냐”, “1만원 문상으로 줬는데 유튜브 계정 안 주고 차단한 것 같은데 신고해도 되느냐”는 글이 종종 올라와 있었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계정이 거래되는 것 같다”면서도 직거래 등으로 사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현재 증권, 가상화폐 등이 떨어지면서 유튜브만큼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조금 투자를 하더라도 고수익을 창출하고 유명세도 얻고 이런 요소들이 맞물린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계정, 블로그 계정을 사고파는 과정도 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현행법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기죄의 해결책은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직거래 등으로 거래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