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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발전위 전문위원 “의견수렴 명목으로 사법개혁 후퇴 안 돼”

등록 2018-12-05 17:20수정 2018-12-05 20:34

서선영 변호사, 김명수 대법원 비판
“법원 내부 의견 수렴은 순서 뒤바껴
위원회·추진단 결정 번복 위한 절차
개혁 자임해 주도권 놓지 않겠다는 것
국민 의견 존중 모습 찾기 어려워”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인 서선영 변호사가 ‘사법개혁 후퇴’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위원회 등이 오랜 토론 끝에 마련한 사법개혁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서 변호사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을 명목으로 개혁이 후퇴한다면 우리 공동체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서 변호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월부터 7개월 동안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소회를 올렸다. 서 변호사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의 보고) 이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법원에서 진행됐다. 추진단이 만든 법안을 그저 기초자료로만 사용하고 최종적으로는 법원 설문조사, 법원장 회의등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이 주도권을 절대 놓치 않겠다는 것이기도 했다”고 썼다. 이어 “대법원장을 1극 피라미드로 하는 관료제를 해체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서 대법원장이 가지는 사법행정총괄권을 넘기는 안을 법원이 결국 받지 않을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며 “사용하지 못한 2장 분량의 입장문을 올린다”고 서 변호사는 밝혔다.

서 변호사가 공개한 ‘입장문’에는 “사법권력을 사법부 구성원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 변호사는 먼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절차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신중함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위원회와 추진단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절차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 변호사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 절차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는 ‘사법행정회의의 권한 범위’, ‘사법행정회의의 인적 구성’이다. 모두 법원이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는 문제다. 법원은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는 문제를 다시 그 스스로 결정하려 하고 있다”며 ‘셀프개혁’을 비판했다.

이렇듯 “스스로를 다시 개혁의 주체로 올려놓고 개혁을 자임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하는 법원은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수렴된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밝혀진 바도 없고, 그 반영의 주체도 셀프 개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원행정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법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의 의지도,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위원회에서 제출한 개혁안이 애초 생각했던 그 기관의 개혁의 수준과 같으면 국민의 이름을 동원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면 사과나 해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 스스로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위원회는 거수기가 아니며 국민은 들러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김명수 대법원장의 우유부단한 입장은 ‘개혁 의지’에 대한 의심을 계속 낳고 있다. 앞서 사법발전위원이자 추진단장이었던 김수정 변호사도 “구체적인 개혁안에 대해 대법원장의 결단만이 남은 상태에서 다시 법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반복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혁을 지연시키려 한다거나, 행정처가 주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김 대법원장의 입장에 우려를 표했다. 4일 활동을 마친 위원회도 ‘사법발전위 의결을 토대로 만들어진 사법개혁안이 후퇴 또는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다음은 서선영 변호사가 쓴 글 전문이다.

<사용하지 못한 입장문과 사퇴문들>

4월부터 11월말까지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을 했었다. 어제 발전위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이 종료됐다. 8개월 동안 몇번이나 사퇴를 생각했으나 주변의 만류, 성급한 판단일지 모른다는 걱정, 한발짝이라도 나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에서 결국 실행을 못했다.

영장이 계속 기각될때, 이런 법원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싶어서 괴로웠던 시간이 많았다. 고생해서 건의문 만들어도 결국 행정처에서 법안 성안 작업을 할 것인데, 최종적으로 건의문 취지도 왜곡되고 법원 개혁의 모양새만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거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9월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추진단을 만들어서 발전위 후속 실무작업을 맡기겠다고 발표했고 전문위원을 사퇴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추진단에서 법안을 성안해서 대법원장에게 보고했을때까지 그랬다.

그런데 이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법원에서 진행됐다. 추진단이 만든 법안을 그저 기초자료로만 사용하고 최종적으로는 법원 설문조사, 법원장 회의등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이 주도권을 절대 놓치 않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대법원장을 1극 피라미드로 하는 관료제를 해체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서 대법원장이 가지는 사법행정총괄권을 넘기는 안을 법원이 결국 받지 않을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이 예감이 틀리기를 지금도 바란다). 김수정 추진단장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필요한 절차라는 입장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5장의 사퇴문을 썼고 2장의 입장문도 썼지만 결국 이번에도 실행을 못했다. 마음대로 사퇴를 하는 것도,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런 결정이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2월 4일. 사법발전위원회가 마지막 회의를 했고 개혁이 후퇴되면 안된다는 기록을 남겼다.

사용하지 못한 5장짜리 사퇴문을 여기에 올릴까 하다가, 할 말을 줄이고 줄이고 줄이고 줄인, 역시 사용하지 못한 2장 분량의 입장문을 올린다.

.....................................

입장문

(앞부분 생략)

1. 법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법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합니다. 아니, 필요했습니다. 사법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선진국형 합의제 기구 설치를 의결했던 지난 5월, (가) 사법행정회의가 의결되었던 지난 7월, 법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진행해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사법발전위원회의 논의에서, 적어도 후속추진단에서 법원 내부의 의견은 검토되고 논의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법원 내부 의견수렴은 느닷없는 것입니다.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인 제반 후속 조치를 위해 후속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추진단은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외부 인사들과 법관 대표들이 참여하여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셀프 개혁’의 우려에 대한 대법원장의 공식적인 답변이었습니다. 사법발전위원회 위원들도 후속추진단 설립취지에 동감하고 추진단장과 위원을 추천했습니다. 사법발전위원회 개혁안을 구체화한 법안까지 성안된 상태에서 다시 법원 내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도 정기국회에 법안 상정이 필요하다고 하며 추진단 활동을 3주로 못박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절차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습니다. 11월 이후 진행되고 있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는 신중함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법발전위원회와 추진단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절차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어떤 절차는 그 순서만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개혁 구체화 작업이 끝난 이후 후행절차로 진행되는 법원 내부 의견수렴은 정당성이 없습니다. 의견 수렴 절차는 필요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2.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의 주요 내용은 법원의 권한을 어디까지 내려놓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법원 내부 의견수렴 절차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는 ‘사법행정회의의 권한 범위’, ‘사법행정회의의 인적 구성’입니다. 모두 법원이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는 문제입니다. 법원은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는 문제를 다시 그 스스로 결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이든 스스로 개혁을 철저하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이것은 법관들을 신뢰하지 않아서, 법원 공무원들을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나, 단체, 기관이든 그렇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개혁은 스스로 할 수 없다는 말은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법원은 스스로를 다시 개혁의 주체로 올려놓고, 개혁을 자임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이라는 말이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3. 국민의 이름을 빌려 법원의 의사가 관철되는 사례가 만들어지는 것에 반대합니다.

어제 법원 내부 토론회를 진행했고, 이후 법원장 회의 등을 거쳐서 개혁의 최종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렴된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밝혀진 바도 없고, 그 반영의 주체도 셀프 개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원행정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의 의지도,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이름을 빌려, 최종적으로 그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킨 위원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그런 모습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위원회에서 제출한 개혁안이 애초 생각했던 그 기관의 개혁의 수준과 같으면 국민의 이름을 동원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면 사과나 해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 스스로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위원회는 거수기가 아니며 국민은 들러리가 아닙니다. 약속은 존중되었어야 합니다.

4. 마치며

사법권력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된 것이며, 사법부 구성원이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70년 사법부의 역사에서, 지금의 사법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법원 내부 의견수렴을 명목으로 개혁이 후퇴한다면 이는 단지 사법부만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비극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저의 입장을 밝힙니다.

2018. 12.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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