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9월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여러 추측이 무성하다. 12월 방문 성사 여부부터 방문 장소까지 수많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비와 경호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이 김 위원장 방문 반대 집회를 대규모로 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① 경비·경호 문제는?
경찰은 김 위원장 방문 때 약 3만~4만명 규모의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 태극기집회의 경우 많이 모이면 7천명 정도다. 다만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3만~4만명 정도는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여러 차례 서울 시내 대규모 집회 등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경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행사라도 보통 일주일 정도면 충분한 경비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② 유력한 숙소는 워커힐호텔?
김 위원장의 숙소와 동선도 결국 경호를 우선 조건으로 해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들이 최선으로 꼽는 예상 숙소는 서울 광진구의 워커힐호텔이다. 서울 시내의 한 경찰 관계자는 “북한 고위직들의 경우 주로 워커힐호텔에서 묵었다. 김 위원장이 방남하면 가장 묵을만한 장소가 워커힐호텔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워커힐호텔은 지난 2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워커힐호텔과 신라호텔이 가장 묵을 만한 곳으로 보인다. 워커힐호텔은 지난 북한 고위층 방문 때 묵었던 숙소라서 1순위로 꼽히고, 신라호텔은 경호하기가 좋다”라고 말했다.
경찰들의 말을 종합하면, 워커힐호텔의 경우 진입로가 좁아 경호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인원이 진입로를 막으면 호텔 안에 고립되는 단점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워커힐호텔이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서 차단하는 것은 편하다. 북한 쪽 인사들이 여러 차례 숙박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 시위대가 대규모로 모여 호텔 진입 통로를 막으면 갇히는 구조라는 약점도 있다. 청와대가 여러 곳을 두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워커힐호텔을 가장 유력하게 꼽고 있다. 통상 국외 정상급 인사가 방문할 때는 앞서 한 차례 묵은 호텔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울 도심과 떨어져 있어 경호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0순위로 꼽힌다. 다만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스위트룸 예약을 받지 않는다거나 여러 층을 통째로 비워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프리미어 스위트는 각각 한 곳씩밖에 없는 최고가 객실인데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이달 29일만 예약 마감된 상태이고 프리미어 스위트는 다 비어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은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4년 머문 중구 신라호텔도 후보로 언급된다. 다만 그랜드하얏트호텔 쪽은 “관련 문의를 받은 바 없다”고 했고, 신라호텔 관계자는 “예약 상황에 관련된 것은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지난 5월 숙소로 택했던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관계자도 “일찍 연말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황”이라고 했다.
국외 정상급 인사가 방문할 때는 보안상의 이유로 여러 곳을 예약해둔 뒤 방한 직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 방한 시기로 점쳐지는 12월 말~1월 초는 호텔업계 초성수기라 예약 취소에 따른 비용 부담이 너무 커 이런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호텔 몇 개 층을 통째로 비우고 건물 전체를 통제해야 해서 특급호텔보다는 국무총리 서울공관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호텔업계에서 지난 평양 정상회담 때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방문한 만큼 이번 답방에서는 한라산을 방문해 제주도에 하루 묵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도 숙소로는 신라호텔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제주 신라호텔 관계자는 “예약 상황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③서울에서 방문할 장소는?
김 위원장이 방문할 장소 역시 관심사다. 서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서울 용산구의 남산타워와 서울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타워 방문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남산타워를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의 한 경찰 간부는 “남산타워 예약을 받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 지금 정상적으로 예약을 다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산타워 방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또 “제2롯데월드타워도 거론되지만 서울 시내와 거리가 멀어 김 위원장이 방문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 역시 “서울 송파 쪽은 유동인구도 많고 시내 중심이라 김 위원장이 직접 방문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남북 정상이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고려유물전을 관람할 것이라고 예상도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4일부터 내년 3월3일까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과거 한 국가였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려유물전에 방문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④북한 예술단 어디서 공연?
북한 예술단의 공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예술단원은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현재 국립극장은 리모델링 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공연 때 현 단장이 공연 장소로 국립극장, 장충체육관, 예술의전당 등 4곳 정도를 둘러본 것으로 안다. 당시 장충체육관은 들어갔다가 10분도 안 되어서 나왔지만 국립극장은 1시간 넘게 살폈다. 예술 공연을 체육관에서 한다는 게 조금 거부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이번에는 국립극장이 리모델링 중이라 공연이 불가능하다. 만약 공연을 한다면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KBS 홀 등 제3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최민영 현소은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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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오늘,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