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업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옛 에스에이치공사)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2011년 12월5일 서초구청에 30억여원 규모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부담금 납부계획서를 냈다.
당시 서초구청은 법적 분쟁이 잦았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및 부담금 산정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려 하고 있었다. 서초구청은 2012년 10월4일 폐기물처리시설 부지면적에 10% 정도의 주민편익시설 면적을 포함하도록 한 새 조례를 공포했다.
서초구청은 2013년 3월29일 새 조례의 기준에 따라 계산한 폐기물처리시설 부담금 내역을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통보하고, 그해 5월 부담금 150억여원을 부과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5년여를 끌어온 ‘30억원 대 150억원’의 부담금 소송이 서울주택도시공사 승소로 끝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은 “폐기물시설촉진법과 시행령을 보면, 주민편익시설은 폐기물처리시설에 당연히 포함되거나 부대되는 시설이 아니다. 주민편익시설 설치 의무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있고, 사업시행자에게는 그런 의무가 없다. 서초구청의 새 조례는 법과 시행령의 위임을 벗어나 사업시행자에게 법령에 없는 새로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새로 입법을 한 것과 다름없으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담금 부과도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초구청 새 조례의 부칙이 ‘납부계획서를 제출했더라도 새 조례 시행 때까지 구청장의 납부금액 통보가 없었다면 새 조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구청장이 자의적으로 신·구 조례 중 어떤 것을 적용할지 결정하게 된다. 부담금 액수를 정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한이 지난 경우에는 옛 조례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30억원만 내면 된다고 판결했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납부계획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법률관계가 이미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새 조례를 적용한 것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는 아니다. 서초구청이 조례 개정을 기다리다 부담금 부과를 늦춘 것이 자의적인 지연도 아니다. 부담금에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구청장이 주민 세금으로 설치해야 하게 돼 형평에 반한다. 새 조례 규정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150억여원 부과가 맞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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