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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카풀반대’ 택시기사, 분신 전 택시노조에 “왜 카풀 못 막느냐”

등록 2018-12-10 15:48수정 2018-12-10 21:00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서비스 반대하며 유서 남겨
“장시간 근무, 보수 못받아도 하소연할 데 없어”
지난 11월22일 오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국회 앞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2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지난 11월22일 오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국회 앞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2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10일 오후 1시59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비대 사거리 인근에서 택시기사 최아무개(57)씨가 분신을 시도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시59분께 서울의 한 택시회사 소속 택시 한 대가 국회 정문 앞으로 다가왔다. 조수석에 휘발유 통이 보이고 차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차를 검문하려 하자 택시는 검문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고, 그 뒤를 여의도지구대 순찰자가 추격했다. 이후 여의2교 직전 사거리에서 차가 밀려있자 택시가 정차하더니 곧바로 차량 내부가 연기에 휩싸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순찰차에 비치된 소화기로 즉시 진화해 최씨를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겼으나 최씨는 이날 오후 2시49분께 숨졌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최씨의 차량을 감식 중이며 가족과 직장 동료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분신 전 택시노조에 전화를 걸어 “왜 카풀을 못 막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씨가 택시노조에 전화를 걸어 카풀에 대한 항의한 뒤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또 “고인이 분신 직전에 국회 앞 1인 시위자에게 1만원을 주고 두통의 유서를 맡겼다. 두 유서는 같은 내용으로 한통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남겼고 한통은 손석희 대표이사에게 남겼다”라고 덧붙였다.

<한겨레>가 입수한 최씨의 유서에는 “(카풀의 취지는)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이웃끼리 같이 차량을 이용하라고 허용한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에서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하여 사업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라고 적혀있었다. 최근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또 “카풀의 요금은 택시요금의 70~80% 수준으로 하여 20%의 수수료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승객을 수송하려고 하면 정부에서 유상운송요금을 신고하고 허가를 득한 후에 미터기를 장착하고 그에 따른 정상적인 요금을 받아야 한다”며 “카풀 요금을 카카오에서 무슨 근거로 책정해서 손님에게 받을 수 있는지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어 택시 노동자의 어려운 사정도 호소했다. 그는 유서에 “현재 서울 시내 법인 택시 255개 회사의 가동률을 보면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택시 수입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택시도 물론 반성을 할 부분이 있다. 승차거부에 불친절(은) 공감하는 부분이다”면서도 “택시는 12시간 근무해도 5시간만 근무로 인정해준다.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근무시간을 줄이고 정부에서는 노사협약 사항이라고 묵인해주는 점과 특수업종으로 분류를 해놓고 장시간 근무에도, 제대로 보수를 못 받아도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또 “전국의 모든 택시 노동자들이여 불같이 일어나서 이번 기회에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일이 생기게 되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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