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156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로 검찰이 약식기소한 엘지(LG)그룹 총수 일가 사건이 법원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당사자 출석 없이 서류로만 심리하는 약식기소 사건은 벌금형만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지난 9월 말 약식기소한 이 사건을 두달여 만에 정식재판에 회부했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11일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식재판 회부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총수 일가 사이의 주식거래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닌 일반 주식거래인 것처럼 꾸며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엘지 총수 일가 지분관리 업무를 맡은 전·현직 엘지 재무관리팀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면서 고 구본무 전 엘지그룹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14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대리인이나 직원의 범죄 행위에 대해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에 따른 것이다.
약식기소된 사건은 서면으로만 심리한 뒤 벌금, 과료, 몰수형만 부과할 수 있다. 재판부는 법정형에 징역형만 규정돼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거나, 무죄 판결을 해야 할 때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벌금형 사안으로 판단했다. 다만 일부는 약식명령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조세범 기소율은 최근 10년 평균 23.1%로, 전체 형사범 평균 기소율 39.1%에 견줘 크게 낮다. 특히 고액 포탈에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사건 기소율은 18.5%에 그쳤다. 특가법에 따른 양형기준은 1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의 경우 기본 4~6년이다. 또 포탈 세액의 2~5배에 이르는 벌금을 함께 선고해야 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11일 주식을 허위 신고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이명희 신세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롯데·신세계·한라그룹 계열사 13곳에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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