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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기춘이 조작한 ‘간첩사건’, 인권위 “보안감호 처분도 형사보상해야”

등록 2018-12-13 11:59수정 2018-12-13 20:23

법원 2016년 “보안감호 처분은 형사보상법에 규정 없다”
인권위 “대법원이 인정한 보호감호 처분 보상과 다르지 않아”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의 1975년 재임 당시 모습.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의 1975년 재임 당시 모습.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1975년 11월22일,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은 ‘북괴의 지령으로 유학생을 가장해 국내에 잠입한 북괴 간첩 일당을 붙잡았다’고 발표한다. 이때 붙잡힌 재일동포 유학생 12명과 국내 대학생 9명 등 21명은 ‘간첩’으로 몰렸고, 사형과 무기징역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11·22’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재일동포 학원침투 간첩단 조작사건’이다.

강종건(67)씨는 졸지에 ‘간첩’이 된 피해자 21명 가운데 한명이다. 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5년의 형기를 마친 뒤에도 ‘전향’을 거부했다. 강씨는 ‘다시 죄를 범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자’로 인정돼 과거 ‘사회안전법’에 따라 ‘보안감호’ 처분을 받았다. 보안감호는 “내란·외환·간첩죄 등으로 선고를 받고 형을 집행받은 사람이 다시 죄를 범할 현저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내릴 수 있는 처분 가운데 하나였다. 강씨는 1981년 2월부터 1988년 6월까지 약 7년4개월의 세월을 다시 보안감호 시설에서 보내야 했다.

1984년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됐던 윤정헌(오른쪽)씨가 지난 4월30일 고문 수사관이었던 고병천씨의 위증죄 구형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간첩 조작 피해자였던 김원중(가운데), 강종건(왼쪽)씨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1984년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됐던 윤정헌(오른쪽)씨가 지난 4월30일 고문 수사관이었던 고병천씨의 위증죄 구형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간첩 조작 피해자였던 김원중(가운데), 강종건(왼쪽)씨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씨는 교도소와 보안감호 시설에 수감된 지 13년이 흐른 1988년 6월이 되어서야 올림픽 특사로 출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23년이 흐른 2011년 3월, 강씨는 해당 사건에 재심을 청구한다. 그리고 2014년 3월, 법원은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강씨는 그해 11월 징역형 및 보안감호 집행 기간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징역 5년의 기간에 대해서만 보상을 인정하고, 보안감호 시설에서 보낸 7년이 넘는 시간은 ‘형사보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안감호 처분에 대해서는 형사보상법에 규정이 없어 ‘입법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이유였다. 현재 이 사건은 3년 가까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3일 강씨처럼 보안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에게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난 6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현행 형사보상법에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보안감호 처분’이 실질적으로는 ‘인신의 구속’이었으므로, 한국의 헌법 정신과 유엔의 형사보상 기본원칙, 형사보상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국가의 과오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정신 및 형사보상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2004년 대법원에서 보안감호 처분과 마찬가지로 형사보상법에 규정이 없는 ‘보호감호 처분’에 대해 형사보상을 인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보호감호 처분과 보안감호 처분은 근거 법률만 달리할 뿐 실제로는 자유의 박탈이라는 점에서 형사보상에 관해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입법절차’라는 형식에 치중할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명예회복’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권위는 “입법적인 해결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나 입법절차 및 현실 등을 감안할 때 당장 개정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보상과 명예회복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며 “이는 오랜 기간 사회와의 단절로 경제적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사사법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겨주는 가혹한 처사”라고 짚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 제출 취지에 대해 “강씨의 보안감호 처분에 대한 형사보상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는 물론이고 유사한 피해를 겪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실질적인 형사보상이 어려워진다”며 “이번 재판이 인권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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