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타이어의 사내협력업체 직원은 불법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일해온 나아무개씨 등 4명이 한국타이어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낸 종업원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나씨 등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나씨 등이 한국타이어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 파견이 아닌 적법한 도급’이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씨 등은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타이어 성형이나 통근버스 운전 등 업무를 하다가 일부 공정을 외주화하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퇴사한 뒤 사내협력업체로 소속을 바꿔 이전과 같은 일을 계속해왔다. 나씨 등은 2014년 9월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한국타이어의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 근로자”라며 한국타이어가 직접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나씨 등이 한국타이어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한국타이어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 파견관계’인지가 쟁점이 됐다. 도급과 파견을 가르는 기준은 ‘지휘·명령’을 주고받는지 여부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는 경비·청소·주차관리 등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업종에서 파견 근로를 하면 불법 파견이 된다.
나씨 등은 "한국타이어가 공정별 생산 및 작업 계획서를 만들어 나눠주고 작업을 지시했다. 타이어 생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한국타이어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가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나씨 등의 주장을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계획서 등을 만들어 나눠준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는 작업 총량을 할당할 것일 뿐,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세부적인 작업방식까지 관리·통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국타이어가 공정별·업무별로 외주화 대상을 선정했기 때문에 한국타이어 소속 근로자들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과 범위가 구분 가능했다. 한국타이어가 사내협력업체 직원을 채용하거나 근태 관리 등 인사권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나씨 등이 추가로 제출하려는 증거를 합쳐 봐도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며 나씨 등의 현장검증과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