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70)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배임 등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자회사 자금 107억5천만원을 아들에게 빌려주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에 계류된 지 4년여 만의 판결이다.
박 회장은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2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5천만원을 아들 박준경씨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09년 5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미공개 내부 정보를 입수해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보유 주식 262만주를 팔아치워 102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개인의 주식취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석유화학이 전자어음 31억9천만원을 발행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박 회장의 혐의 가운데 2010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아들에게 빌려주도록 한 34억원의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아들에게 빌려준 73억5천만원에 대해선 “당시 금호피앤비화학에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었고, 이자율도 높았다. 차용증을 작성하고, 회계장부에 단기대여금으로 계상했으며, 특수관계자 대여에 따른 공시도 이뤄졌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에 대해서도 “박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할 당시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상황 정보가 생성됐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아들 박씨에게 빌려준 돈 107억5천만원 모두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들 박씨의 재산상태 등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담보나 손해보전 방안도 확보하지 않은 채 돈을 빌려줬다. 변제약정일을 지키지 못했고 이자 상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회사 여유 자금으로 이자수익을 얻으려는 경영상 판단으로 빌려줬다는 변명을 도저히 믿기 어렵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개인 주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1억9천만원의 전자어음을 발행해 금호석유화학에 어음금 채무를 부담하게 한 것도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라는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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