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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픔 치유될 수 있기를”…검찰, 재심 4·3 수형인에게 ‘공소기각’ 구형

등록 2018-12-17 21:39수정 2018-12-17 22:36

변호인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을”
수형인들도 “무죄 해달라” 최후진술
제주지법, 2019년 1월17일 1심 선고
지난 10월29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재판에 출석한 4·3 수형인과 변호인. 김민경 기자
지난 10월29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재판에 출석한 4·3 수형인과 변호인. 김민경 기자
“너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 낸 여기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피고인들 전원에 대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구합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부 제갈창)의 심리로 17일 열린 18명의 제주 4·3 수형인들의 재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공소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화답하듯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도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 또는 무죄의 판결을 내려주시길 원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검찰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일 때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재심 개시를 위한 5번의 심문기일, 재심 개시 뒤 4번의 공판 끝에 제주 4·3 수형인들의 재심 1심 재판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년 동안 재판을 지켜본 검찰의 선택은 ‘유죄 구형’이 아닌 ‘공소기각 판결’이었다.

정광병 제주지검 검사는 “공판 검사로서 재판 전 과정에서 피고인들 체험 전해 듣고 당시 기록과 문헌을 검토하는 동안 전에 몰랐던 4·3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도민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검사 개인적으로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른 진실의 일면이다. 부모님과 자식을 잃고도 수십 년 세월 동안 말 못할 고통 속에 숨죽여 흐느껴왔을 수많은 가족들의 영령과 눈물이 뒤범벅되어 있는 곳이 이 땅 제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4·3 사건에 대한 여러 이념적 논란을 떠나서 해방 직후 혼란기에 희생당한 제주도민들, 그들을 말없이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분들의 쓰라린 마음의 아픔 나아가 역사와 민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그때의 진실을 최대한 밝혀보고자 하는 진심으로 지난 1여년간 재판에 임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소장과 공판기록, 판결문 등 수사·재판 기록의 부재는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에게도 부담이었다. 정 검사는 “검찰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을 수용했고 본안 재판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본안 재판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기에 피고인 신문으로 공소사실을 특정하려는 시도도 “고령인 피고인들을 이유 없이 힘들게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며 “피고인들에게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고 그들의 체험과 기억을 역사에 남기기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정 검사는 설명했다.

피고인들을 변호한 임재성 변호사는 “1948년과 1949년 군법회의는 그 어떤 증거도 없이 고문, 불법구금에 의한 위법한 재판이 이뤄졌다. 당시 유죄 판결은 4·3 때 민간인들을 적으로 몰고, 문명국가의 사법절차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도 지키지 않은 채 적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판을 활용했던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른 18명의 억울한 옥살이는 “총에 의한 처형이 아니라 법에 의한 처형”이라며 임 변호사는 “재판에 회부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수형인들도 최후 진술을 이어갔다. “재판장님 고맙습니다(박동수씨)”, “저는 진짜 죄가 없습니다(임창의씨)”, “너무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현우룡씨)”, “우리 자손들한테 할머니가 전과 있고 형무소 살았다는 기록이 없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김평국씨).” 이들 모두의 소원도 ‘무죄’였다. “우리가 이때까지 걸어온 역사가 너무나 험해서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18명이 바라는 것은 무죄를 해줬으면 하는….” 양근방씨의 마지막 말로 4·3 재심 변론이 종결됐다.

재판부는 2019년 1월17일 4·3 재심 1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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