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복권방 미국인 강도 검거 현장. 연합뉴스
해운대 복권방 여주인 급히 빠져나온뒤 온몸으로 문 막아 체포
반바지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복권방에 침입해 강도질하던 미국인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강도 혐의로 미국인 A(6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일 오후 8시 10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복권방에 반바지를 얼굴에 덮어쓴 채로 침입했다. A씨는 놀란 여성 업주 ㄱ씨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고 카운터를 열어 현금 51만원을 챙겼다. ㄱ씨는 때마침 복권방 문을 연 손님 덕분에 범인의 주의가 분산된 사이 무사히 복권방을 빠져나왔다.
ㄱ씨는 이후 범인을 복권방에 가둬두기 위해 문이 열리지 않도록 밖에서 온몸으로 막으면서 "강도야" 비명을 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나던 남성 행인이 힘을 보탰고, 여성 행인 한명은 인근 지구대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ㄱ씨의 용감한 행동과 시민 도움 덕분에 키 180㎝, 몸무게 110㎏인 거구의 A씨가 안에서 온몸으로 문을 쾅쾅 들이받으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달아나지 못하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1988년에 입국해 영어 강사를 해온 A씨는 2011년 실직한 이후 무직 상태에서 국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범죄 전력은 없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바지로 복면을 해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A씨가 범행 중 쓰레기통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하는 등 어설픈 모습도 보이지만, 외국인임을 숨기려고 범행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 전날 범행 계획을 생각하는 등 준비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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