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여행자 수하물을 검사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공항 수하물 검사 과정에서 검사받는 여행자의 사적인 물품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1일 “공항 검사대에서 여행자의 휴대품을 검사할 때 사적인 물품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라고 판단했다”며 “관세청장에게 칸막이 설치나 수하물 검사대와 대기선의 거리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해 소속 세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아무개씨는 2016년 12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세관 직원에게 수하물 검사를 받았는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방 속 속옷 등을 꺼내는 등의 조처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박아무개씨도 지난해 12월25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세관 직원이 칸막이 없이 다른 여행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생용품 등 개인적인 물건을 검사, 사생활 보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관세법’에 근거해 실시하는 관세공무원에 의한 여행자 휴대품 검사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도 “휴대품 소지자의 신체나 물건에 직접적인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해 검사한다는 점에서 검사 대상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해당 세관에서 검사 대상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검사대 뒤편에 유리 칸막이를 설치하고, 검사 대기선을 지정 운영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기선에 있는 제3자가 가방 등 소지품 검사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구조로서 검사 당사자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인권위는 “법률에 의한 검사 대상자라는 이유로 검사 과정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지 않아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것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라며 “여행자 개인 휴대품 검사 시 사생활의 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칸막이 설치나 수하물 검사대와 대기선 사이의 거리 조정 등의 대책을 만들어 소속 세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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