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5년6개월간 복역했던 김영준(57) 전 이화전기공업 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또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0억원, 추징금 3억15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이화전기공업과 계열사 자금 775만달러(한화 약 87억원)를 자신이 소유한 홍콩 회사 ㅇ사에 투자하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2년 또 다른 국내 ㅇ사를 인수하면서 차명으로 사들인 주식대금 차액 18억원을 이화전기공업이 대신 지급하도록 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허위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2013년 인도네시아에 있던 자회사의 파산신청을 공시하지 않은 채 유상증자를 진행해 105억여원의 청약대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친족이나 직원 등을 형식상 대표이사로 내세우는 등 자신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지분 순차보유 방식으로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일부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2000년대 초 불거진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서 이씨의 자금줄 구실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용호 전 지엔지그룹 회장이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으로,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까지 확대됐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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