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특별검사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간 480여개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 수천억원어치를 팔아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극히 일부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만 공소시효가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지난 3월 경찰이 송치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 222개 외에 260개 차명계좌를 추가로 적발해, 이들 계좌를 통해 거래된 주식 양도소득세 85억5700만원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서 생긴 차익에 부과된다. 대주주(지분율 1% 이상 및 보유주식가치 25억원 이상)에 한해 20% 세율로 부과되는데, 이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분산해 이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2014년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한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검찰은 이 회장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인 전용배 삼성벤처투자 대표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에 앞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병실을 검사가 방문해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앞서 경찰이 송치한 양도소득세 포탈세액 규모는 2007년과 2010년에 21억6천만원, 42억4천만원이었다. 여기에 검찰이 적발한 260개 차명계좌에서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2007년 이후 주식양도액(171억원) 관련 포탈세액(13억7천만원)이 추가됐다. 양도소득세에 10% 세율로 부과되는 지방세도 탈루액에 합산됐다. 이 회장이 2008~9년에도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5억원 미만이라 공소시효(5년)가 지나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밖에 검찰은 2009~14년 진행된 이 회장 일가의 서울 용산구 자택 공사 비용 33억여원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로 이 회사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회삿돈 횡령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역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마치 도급을 준 것처럼 꾸며 삼성물산 자금으로 이 회장 일가 주택 공사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전담해온 업체의 세금 탈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수표가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
(<한겨레> 2017년 5월31일치)하며 드러난 바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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