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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일고시원 참사 49재…생존자 60% 임대주택 입주 포기한 이유

등록 2018-12-27 18:00수정 2018-12-28 09:34

“피해자 지원대책도, 재발방지 대책도 부족” 한목소리
“참사 원인은 화재가 아니라 열악한 주거 현실”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 현장 앞에서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거권네트워크 회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은 재발방지 대책과 모든 이들의 주거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 현장 앞에서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거권네트워크 회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은 재발방지 대책과 모든 이들의 주거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삶의 터전이어야 할 집이 죽음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 비극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은 지 49일째인 되는 27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빈곤사회연대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공동기획단)과 국일고시원 참사 생존자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주거는 인권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공동기획단은 “참사 이후 49일이 지났지만 피해자를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화재로 갈 곳을 잃은 이들을 위한 주거지 제공이나 트라우마 치료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동행동은 종로구청이 피해 생존자들의 주거 대책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이들 가운데 다수가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도 놓쳤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참사 이후 피해 생존자에게 최장 20년 동안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종로구청에서 피해 생존자들에게 ‘6개월 한시 거주’를 할 수 있는 다른 제도를 설명한 탓에 피해자 대부분이 임대주택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공동행동은 “32명의 피해 생존자 가운데 임대주택에 입주한 이들은 열 명 남짓”이라며 “종로구가 최장 20년 입주가 가능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안내하지 않고 6개월을 기한으로 하는 ‘이재민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것인지만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6개월 이후 퇴거당해야 할 임대주택에 세간살이를 사서 들어가지 않는다. 몇 개월 뒤 나가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라며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일고시원 참사 생존자 이춘산(64)씨도 “2~3년도 아니고 6개월 뒤에 나가야 하는 집에 누가 들어가겠는가. 그대로 고시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돌아가신 분들은 가만히 누워있다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이번 기회로 제2, 제3의 국일고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재발방지대책과 모든 이들의 주거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희생자를 위한 하루 분향소를 만들어 희생자를 추모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재발방지대책과 모든 이들의 주거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희생자를 위한 하루 분향소를 만들어 희생자를 추모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일고시원 참사로 드러난 ‘열악한 비주택 주거수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국일고시원 참사를 만든 근본 원인은 ‘화재’가 아니라 열악한 곳에 사람이 살도록 용인했던 우리의 주거 현실”이라며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주택이든, 그렇지 않든 최저주거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설정하듯 주거기준도 하한선을 설정해 처벌 조항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은 최저주거기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현행법에는 최저주거기준을 국토부 장관이 결정해 고시하게 되어있지만, 기준미달 주택의 개선을 강제하거나 처벌할 조항이 없는 선언적 수준”이라며 “최저주거기준위원회를 만들어서 세입자와 임대 수익자, 정부 등이 참여해 최저주거기준을 따로 입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경우 다중주택이 최저주거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상한선 없는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일고시원 인근에 마련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하루 분향소’를 찾아 국화꽃을 놓고 사망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주최 쪽은 이날 저녁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하는 희생자 49재와 추모제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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