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서울 서초구 강남역 네거리에서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정부와 여당이 카풀 서비스 도입에 따른 택시 생존권 보호책의 하나로 ‘택시 합승 부분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판적인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시·카풀 문제 관련 사회적대타협기구 출범을 위한 간담회였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날 택시 단체들의 불참으로 간담회가 무산되자 택시업계에 대타협기구 참여를 촉구하며 “정부에서는 택시에 카풀과 유사한 앱 장착과 마일리지·쿠폰제 도입, 예약 승객의 합승 시 요금 할인 등의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 위원장이 언급한 ‘택시 합승제’는 택시 수요가 몰리는 밤 시간대에 승객이 동의한 경우 8인승 이상 대형 택시의 합승을 허용해 ‘심야 셔틀’처럼 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일반 소형택시는 합승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이용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과의 합승에 동의할 경우에만 해당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에스엔에스(SNS)에 과거 택시 합승을 했다가 범죄 피해를 당했거나 이용 불편 등에 노출됐던 경험담을 공유하며 정부의 택시 합승 허용 검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앱을 통한 이용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승차 조건으로 합승 동의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누리꾼들은 “1997년 5월 택시 합승했다가 기사와 손님으로 가장한 강도들에게 죽을 뻔하고 나서 한동안 택시를 못 탔다”(@hye0***), “납치, 살인, 강도, 강간. 요즘 같은 시대에 모르는 사람하고 택시를 타라고요?”(@shsl9***), “옛날에 신도림역에 막차 타고 와서 택시 잡으면 아저씨들 택시 꽉 찰 때까지 출발도 안 함. 시간도 늦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타고 여기저기 들렀다가고”(@dodohal***)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년 전 심야시간 단거리 운행을 기피하는 택시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폰으로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을 모아 운송하는 전세버스 공유 서비스가 있었으나 13인승 이상 승합차를 사용하다 보니 차량 가격과 승객 모집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심야시간 단거리 교통 수요 해소와 택시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택시 합승 부분 허용’ 계획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지난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의 ‘택시 합승 부분 허용’ 검토를 놓고 택시업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렸다. 택시 관련 노사 4개 단체 가운데 택시회사 쪽 이익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양덕 상무는 “현재 논의 중인 ‘택시 합승’은 과거처럼 택시 기사가 지나가는 길에 승객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할 때 요금 할인을 받는 조건으로 합승을 하는 ‘자발적 동승’의 개념”이라며 “택시산업의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임봉균 조직국장은 “택시 합승이 허용될 경우 택시운송 사업자의 수익은 높아질지 몰라도 운전기사 개인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며 “카풀 서비스의 전면 중단만이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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