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없으니”
검찰이 14일 삼성이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함에 따라 검찰한테 애초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었느냐는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검사들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오래된 일이라 대화 내용을 기억할 수 없으나, 그동안 검사들에게 금품을 전혀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이른바 촌지 제공 대상자 명단을 작성했다는 정아무개씨도 ‘그런 사실이 없고,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검찰 간부들 역시 금품 수수를 부인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매회 받은 금품이 5천만원을 넘지 않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이 부회장과 홍 사장이 97년 9월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보면 삼성이 지속적으로 검찰을 ‘관리’해 왔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한다.
녹취록에서 이 부회장이 “정 고문, 그 양반이 안을 낸 것 보니까 상당히 광범위하게 냈던데, 중복되는 부분은 어떻게 하지요? 중복돼도 그냥 할랍니까?”라고 묻자, 홍 사장은 “뭐, 할 필요 없지요. 중복되면 할 필요 없어요”라고 답한다. 또 홍 전 사장이 “이번에 제2차장 된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 연말에나 하고. 지검장은 들어있을 테니까 연말에 또 하고”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게다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로 평검사들로 추정되는 ‘주니어들’에게까지 해마다 떡값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검찰 안에서도 이른바 ‘삼성 장학생’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검찰은 노회찬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엑스파일 내용을 폭로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검찰도 스스로 “노 의원의 엑스파일 내용 폭로와 관련해 안강민 전 검사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내용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도청자료 내용 수사는 불가하다”는 논리로 ‘떡값’ 검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피한 셈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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