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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14원 하던 쌀값이 38원? 굶주린 궁민들은 분노한다

등록 2019-01-01 07:40수정 2019-01-01 09:12

안하무인 일제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되는 미곡. 역사문제연구소. (시기 미상)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되는 미곡. 역사문제연구소. (시기 미상)

기미년(1919)을 맞은 장삼이사들에게 가장 큰 소망은 바로 쌀값 걱정 안 하고 사는 것이다. 두해 전인 정사년(1917) 이래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 쌀값도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사년 상반기 1석(섬·144㎏)당 14~15원(현재 가치 약 17만원)에서 후반기에 22~23원으로 오르기 시작한 쌀값은 지난해 전반기에는 26~28원으로 앙등했다. 1년 만에 갑절이나 오른 셈이다. 쌀값은 8월에 접어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더 뛰었다. 그 전달에 비해 한달 사이 10원이 앙등한 최악의 쌀값 폭등이 나타난 것이다. 11월 38원95전에서 12월 37원85전으로 1원10전 겨우 내려가더니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 자국의 쌀값 안정을 위하여 조선의 쌀을 이출해 가는(옮겨 나가는) 쌀값 조절 정책을 일본이 고수하는데다, 전란 이래 호경기에 따른 일본의 여유 자금이 쌀 매수에 유입돼 쌀값 폭등의 도화선이 된 점, 일본에 쌀을 적출한다는(실어 낸다는) 소문과 쌀 재고가 없다는 풍문, 지난해 한파로 보리 작황이 불량한 사정 등이 더해져 쌀값의 추가 폭등 요인이 되고 있다.

자국으로 가져가기에만 급급
보리작황 불량 겹쳐 쌀 소동
이 와중에 바가지 씌워 팔아

상황이 이러하자 궁민(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들의 쌀 소동도 야기된다. 판결문을 보면 지난해 8월28일 경성 구제회의 미염매소(쌀·소금 판매소) 중 하나인 종로소학교 판매소에서는 1천여명의 궁민들이 염가로 판매하는 쌀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서 있었다. 700~800명이 쌀을 사 간 오후 2시, 이윽고 쌀이 떨어졌다. 종로경찰서에서 나온 순사 한명과 순사보 3명이 군중들에게 돌아가라고 고지했다. 이때 권농동에 사는 이순우씨의 아내인 야채상 김성녀(54)씨가 쌀을 사려 판매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오야마 순사는 김씨를 제지하며 그를 문밖으로 밀쳤다. 김씨는 바닥에 넘어지면서 왼쪽 가슴을 부딪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에 성난 군중이 “경찰이 인민을 때려죽인다”고 항의하며 대충돌이 벌어졌다. 급보를 받은 총독부 경찰은 본정경찰서(중부경찰서), 경무총감부, 헌병대 사령부 용산분대 등에서 헌병 경찰 수십명을 급파해 109명에 달하는 조선인을 검거하였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송곳 꽂을 곳도 없는’ 상태가 되었고 이들 중 30여명은 경성지방법원 예심에 회부되어 10월3일 징역 8월에서 태형 40대까지 판결을 받았다.

종로 미염매소 소동 외에도 8월22일 전라남도 목포에서는 철도 노동자 100여명이 쌀집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쌀값이 폭등하자 외상거래에서 현금거래로 바꾸고 가격마저 바가지 씌운 것이 발단이었다. 쌀값이 계속 오르면, 최악의 상태에서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유린당한 조선인들의 가슴속 분노는 더 큰 저항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1919 한겨레’ PDF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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