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 4시19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 도로에서 모의 상여 행렬을 따라가는 전용철씨(동그라미 안 맨 위). 경찰청 제공
“경찰 폭력으로 전용철씨 사망 했을수도” 중간수사 발표
“홍덕표씨 맞아서 부상 가능성”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직위해제
“홍덕표씨 맞아서 부상 가능성”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직위해제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석한 뒤 숨진 전용철(43)씨와 하반신이 마비된 홍덕표(68)씨가 다친 원인에 대해 책임을 부인해왔던 경찰이 당시 경찰의 폭력으로 이들이 다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여의도 집회 직후 경찰 폭력 논란이 불거진 지 거의 한달 만이다. 경찰은 또 당시 시위를 진압했던 이종우(51)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을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14일 전씨 사망사건 수사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전씨가 ‘정지된 물체에 뒷머리가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경찰의 가격에 의한 외부충격 가능성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전씨를 직접 가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거듭 주장해왔던 견해를 번복한 것이다. 최 차장은 집회 현장에서 촬영한 25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전씨가 등장하는 화면 3부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당일 오후 4시19분과 4시30분에는 전씨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버스 위의 전경을 향해 장대를 휘두르는 모습과 경찰과 대치하는 대열 뒤에 서 있는 모습이 찍혔고, 5시35분에는 문화마당 근처 화단에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씨가 경찰과 농민이 직접 충돌하는 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므로 전씨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던 경찰의 종전 설명을 뒤집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오후 6시18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농구대 앞에 쓰러져 있는 전용철씨. 경찰청 제공
경찰은 또 이날 처음으로 홍덕표씨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경찰은 “홍씨가 진압경찰한테 맞아 부상당했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며 “구체적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홍씨가 다쳐 병원에 실려간 뒤 의사에게 ‘경찰 방패에 맞았다’고 말했고, 이마와 인중 부위에 가격에 의한 상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씨 사망이나 홍씨 부상과 관련해 당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진압을 맡았던 서울경찰청 기동단 1~3중대원들을 조사한 결과 폭력을 휘두른 당사자나 목격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차장은 “전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이 직접 조사하려 했지만 농민들의 반발 때문에 협조가 안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부분까지 조사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는 논평을 내 “경찰의 폭력진압이 이뤄졌던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장 지휘자에 불과한 기동단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허준영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별도로 전씨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경찰이 자료를 요청해도 신속하게 협조해 주지 않았고, 사진과 비디오 등에 설명도 달지 않은 채 넘겨 주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이달 말께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도 전씨 사건 자료를 넘겨 받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본영 이순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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