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지.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정부가 새해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면서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는 사용을 허용한 점을 두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쪽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작은 슈퍼마켓 등에서는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1월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매장 크기 165㎡(50평) 이상인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른 조처다. 개정안을 보면, 대형마트와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생선이나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한 봉지를 제외하고는 일회용 봉지를 사용할 수 없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적용 점포 수는 대형마트 2천여곳, 슈퍼마켓 1만1천여곳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대형마트와 속비닐 사용 줄이기 협약을 통해 2017년 하반기 대비 2018년 하반기 속비닐 사용량을 약 41%(약 163톤, 3260만장) 줄였다”며 “이번 사용 금지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그리 크지 않고 환경 보호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역 주민과 시장 상인이 함께 비닐봉지 줄이기에 나선 서울 망원시장.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전통시장과 작은 가게에도 규제를 강화해야 정책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나 대형 슈퍼마켓은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게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개정안의 규제 대상은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점포의) 10% 이하에 불과하다”며 규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전통시장도 시장 규모, 점포 규모, 상품 종류에 따라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는 게 가능하다. 가령 옷가게 등에서는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게 가능하다”며 “전통시장 중에서도 규제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시장 전체를 규제 대상에서 빼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서울 마포구 주민 모임 ‘알맹’의 고금숙 매니저도 “이번 정책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규모 가게가 많고 전통시장이 즐비한 한국의 경우 예외 없는 비닐봉지 금지가 실시돼야 한다”며 “케냐의 경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시 최대 3만8000달러(4000만원)의 벌금을 매겨 다회용 장바구니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한국도 비닐봉지 전면 금지 또는 유료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시장 상인이 함께 비닐봉지 줄이기에 나선 서울 망원시장.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도 비닐봉지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서울 시내 158개 전통시장 상인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비닐 대신 장바구니 드는 전통시장 만들기’ 업무협약을 맺고 △시장에서 장바구니 또는 재생 종이봉투 사용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벌인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도 지난해 9월부터 ‘알맹’과 함께 500원을 받고 장바구니를 대여해주거나 종이 쇼핑백을 재활용해 물건을 담아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한 고금숙 매니저는 2일 “최근 2개월간 종이 쇼핑백 1천여개가 배포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세탁업중앙회도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세탁 비닐 사용을 자율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작은 점포까지 적용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편의점 업계 등에 (일회용 비닐봉지 규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자는 업무협약을 논의 중”이라며 “재래시장에서 종량제 봉지를 판매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번 규제가 정착되고 대체재가 마련되면 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