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민간인 불법사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과 자격 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에 비판적 성향을 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고 이를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전문가로서 위법성을 예측할 수 있었고 국정원 최상위 결재권자에 속해 이를 제재할 수 있었지만 위법 행위를 지속했다. 그럼에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모해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 등 그 밖의 혐의는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우 전 수석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 전 수석과 자주 통화했다고 하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정만 가지고 공모관계로 추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8명을 불법사찰 했다는 혐의에 관해서도 “우 전 수석 등과 공모해 해당 공무원을 ‘찍어내기식’ 인사 조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최 전 차장은 검사장을 지낸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입학 동기다. 사석에서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 전 수석 등을 도와 불법사찰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같은 재판부 심리로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및 자격 정지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장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은 유죄로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의 사적이익을 위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을 방해하고 국정원 직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추 전 국장에 적용된 혐의 대부분은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당시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던 야당 정치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국정원 심리전단을 지원했다는 것만으로는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말라지 않았다고 할지언정, 공범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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