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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병원 밖 정신질환 환자들 ‘보호 시스템’이 없다

등록 2019-01-03 20:59수정 2019-01-04 16:38

환자가 원치 않는 입원 줄이고
재활 서비스 지원법 시행됐지만
환자 껴안을 병원 밖 시스템 부실

전국 243곳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한 사람이 100명 넘는 환자 관리
처우 열악해 평균 근속 3.3년 불과

병원과 지역사회 잇는 연계망 구축
재발 예방·경증 환자 지원 체계를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가족과 심각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 병원 외에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대학병원처럼 진료 환경이 좋은 곳도 분명 있지만, 환자들이 스스로 찾아갈 만한 환경을 갖춘 병원이 별로 없어요.”

20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3일 여전한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5월 ‘강제입원’(비자의 입원) 조건을 엄격하게 해 환자가 원하지 않는 입원을 줄이고, 재활·복지서비스를 보장하는 방향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적은 비용으로 병원에 격리해온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스스로를 관리하도록 돕고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병원 밖 시스템’은 부실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장이 ‘환자의 동의’ 없이도 퇴원 환자의 정보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일부에게 최대 1년까지 외래진료를 받도록 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에서 ‘보호 의무자의 동의’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퇴원 환자 관리요건 완화에 그쳤을 뿐,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연계망 구축 등 지속적 지원을 위한 시스템 강화가 없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 정보를 각 지역 정신건강 관리 구심점인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넘긴다 하더라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 광범위한 사업’ 등으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다. 2018년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모두 243곳이다.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서울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방은 관할 범위도 크고 (정부로부터 자격증을 받은)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인력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 인력 95% 이상이 30~40대 여성으로 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 환자를 관리하다 보니 방문진료 시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두명이 한 조를 이루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적극적 진료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정신건강센터가 펴낸 ‘정신건강증진센터 운영실태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를 보면,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인력의 평균 근속 연수는 3.3년에 그쳤다. 게다가 열악한 처우로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료자가 급감하는 추세라 앞으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승홍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이송하는 시스템도 없고 재발을 예방하고 경증 환자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없다. 환자 스스로 입원을 결정할 수 없을 때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장치도 미흡하다. 공적인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방안처럼 잠재적 범죄자 감시하듯 하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치료가 되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는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민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장은 “현재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정보가 지역사회로 넘겨지는 걸 싫어하는 까닭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적고 다시 강제입원 위험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정 황예랑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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