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임아무개(24)씨는 지난해 8월 공무원 시험(공시) 인터넷 강의 회사인 ㄱ사에서 2년 동안 모든 강사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프리패스’ 상품을 구입하려 했다. 수강료는 175만원에 달했다.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임씨는 결국 공시생들이 모이는 가장 큰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독공사’(독하게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에서 중고 아이디 판매를 알아보게 됐다. 임씨는 카페에서 2년의 이용 기간 가운데 1년6개월이 남은 아이디를 55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와 흥정 끝에 53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계정 내 개인정보 정리와 비밀번호 변경 등을 이유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유를 차일피일 미뤘다. 임씨는 판매자 휴대전화로 4~5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판매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상하다고 여긴 임씨는 카페 게시판에서 판매자의 아이디를 검색했다. 판매자는 같은 아이디를 여전히 판매 중이었다. 임씨는 판매자에게 “10분 내로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답이 없자 판매자를 서울 종암경찰서에 고소했다. 그제야 판매자는 돈을 돌려줬고, 임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
일반행정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또 다른 공시생 이아무개(24)씨는 다른 유형의 사기 피해를 겪었다. 역시 비싼 가격의 인터넷 강의료가 부담스러웠던 이씨는 “아이디를 공유해 인터넷 강의를 함께 듣자”는 황아무개(26)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지난해 12월3일 “낮에는 가게를 해서 새벽에만 강의를 듣는다. 오전 10시부터 저녁11시까지 인터넷 강의를 듣는 사람을 찾는다”는 황씨의 독공사 글을 보고 돈을 보냈지만, 황씨는 아이디 공유를 미뤘다. 이씨는 곧 황씨가 여러 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확인 결과 황씨는 독공사 뿐 아니라 중고나라 등 여러 곳에서 복수의 계좌와 명의로 사기를 벌였다. 황씨는 3일 현재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돼 강원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강원 홍천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황씨에게 동종의 범행이 여러 건 있었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페 ‘독공사’에는 1월2일에만 친구추천을 사거나 파는 글이 12개 올라와 있다. 독공사 갈무리
비싼 인터넷 강의 수강료 탓에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중고로 아이디를 구매하는 공시생들이 늘면서 이를 노린 사기도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강의를 둘러싼 사기 수법은 다양하다. 인터넷 강의 회사인 ㄱ사에는 친구 추천을 할 경우 추천한 쪽과 추천 받은 쪽의 수강 기간이 1개월씩 늘어나는 ‘친구추천’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친구추천은 5만~9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일부는 이를 활용해 친구추천을 해주기로 하고 돈을 받은 뒤 잠적해 버리기도 한다. 독공사의 한 회원은 “제도가 생긴 뒤에 친구추천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소액 사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독공사’ 게시판에는 “프리패스 양도, 친구추천 등 사기 조심”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공시생들은 이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인터넷 강의 수강료가 부담돼 중고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공무원 시험 강의가 거의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중고거래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인터넷 강의 거래가 활발하다”며 “175만원이나 되는 강의 수강료를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점유율 80%로 공무원 시험 시장에서 업계 1위로 꼽히는 ㄱ사는 합격할 때까지 강의를 계속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 프리패스를 22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프리패스 가운데 가장 저렴한 상품은 다섯 과목에서 각 1명의 강사진을 선택해 11개월 동안 들을 수 있는 상품인데, 가격은 119만원이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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