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농성 409일을 맞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과 박준호 사무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농성장에서 시민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든 채 손을 흔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shang@hani.co.kr
6일로 421일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 2명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금일부로 고공농성자(홍기탁, 박준호)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며 “차광호, 김옥배, 박준호, 조정기, 홍기탁 그리고 함께하고 있는 모든 동지들의 연대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파인텍 노동자들과 김세권 스타플렉스(파인텍 모기업) 대표는 지난달 27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굴뚝농성을 끝내기 위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동안 지상 75m 높이에서 간헐적으로 물과 음식 등을 공급받아온 두 노동자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3일 열렸던 4차 교섭이 실패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13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협상에서 파인텍지회는 기존 요구보다 한발 물러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스타플렉스 쪽은 타협안을 위해 내건 ‘안전장치’에 강력히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파인텍지회에서 한발 물러선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내건 김 대표의 법적 책임 관련 약속이었다. 노조 쪽은 “김 대표가 고용보장과 관련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향후 법적 책임을 진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회사의 합의불이행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2015년에도 노사 합의로 차광호 지회장이 408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왔지만, 이후 사 쪽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 쪽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쪽 모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교섭을 마쳤다.
김소연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차 교섭 내용에 실망한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다른 노조 쪽 관계자들과 사전 논의 없이 급작스레 단식을 선언해 대책회의 중”이라며 “두 노동자가 물과 음식을 올려보낼 수 있는 줄을 내리지 않으면 지상에서 이들의 단식을 막을 방법이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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