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7년 8월30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2015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난 지 22개월 만이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 전 엠비시 사장이 국정원과 공모해 ‘MBC 정상화 전략 추진 방안 문건’에 따라 김미화·김여진씨 등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인을 하차시키고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며 각각 4년을 구형받았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선일)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에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국정원 수장과 엠비시 대표가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방송인에게 재갈을 물린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고 “‘2010년 MBC 정상화 전략 추진 방안’ 문건 발견과 다수 증인들에 의해 방송 장악 사실이 밝혀졌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2010년 2월16일자 '모닝브리핑 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표시가 새겨진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있었다. 검찰은 국정원 국익전략실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해 원 전원장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내파트를 담당한 국정원 제2차장 및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익전략실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문건을 만들어 원장은 물론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문건은) 처음 보는 것이다. 모닝브리핑을 하는 자리는 엠비시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할만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문건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보고받은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변호인도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만으로 원 전 원장 지시가 사실이라 볼 수 없고 실제 문건이 엠비시 경영진에게 전달된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사장 또한 “이 문건은 본 적도,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문건이다. 여기(재판장) 와서 처음 보는 것”이라 일축했다.
최후진술에서 원세훈 전 원장은 “4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라와 국민만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이 사건에 거론된 연예인들의 방송을 본 적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재철 전 사장도 “정치부 기자생활 중 여당과 야당 모두 출입해 균형감각을 익혔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는데 언론 장악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사장 변호인은 엠비시 아카데미에서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는 인정한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월15일 이뤄질 예정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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