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 공무원이 내부 비판에 인색하고 부하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검찰의 조직문화를 ‘12가지 폭탄’으로 표현해 화제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최영주 수사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서 자행됐던 보복(폭탄)의 법칙’이라는 글을 썼다. 최 수사관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접 겪었던 일을 토대로 했다”며 “최근 좀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검찰 내엔 이런 ‘합법을 가장한 괴롭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급자가 ‘눈 밖에 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첫번째 방법으로 ‘
일 폭탄’을 꼽았다. “일을 많이 주어 경황이 없게 한 다음, 실수나 업무상 사고를 문제 삼아 죽게 하는 것”이라고 최 수사관은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죽게’라는 건 ‘굴종하게’ ‘그만두게’ ‘도태하게’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또 결재를 올리면 업무 지도를 한다며 사사건건 불러 지적하고 보완을 지시해 다른 업무를 못 보게 해 무능감, 패닉 상태에 빠뜨려 죽게 하고(
지적 폭탄), 사소한 잘못은 확대 과장해 천하에 몹쓸 자로 만들어 죽게 하기도(
과장 폭탄) 한다고 지적했다.
‘
통계·보고 폭탄’도 있다. 그는 “업무 파악 또는 개선을 빌미로 수시로 통계 또는 분석 등에 대한 보고서나 개선안을 올리도록 지시해 퇴근 후에도 환각, 환청, 환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첨·아부하는 자들은 표창하고 승진시켜 거울로 삼게 한다”며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절망의 수렁에 빠져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름하여 ‘
거울 폭탄’이다.
그 밖에도 지방이나 한직에 배치해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
인사 폭탄’, 투명인간 취급하며 고독하게 만드는 ‘
왕따 폭탄’, 근무평가를 불공정하게 해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
평가 폭탄’, 문제가 많은 진상 부하 직원을 붙여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
진상 폭탄’, 각종 자리에서 모함해 명예를 떨어뜨리는 ‘
모함 폭탄’, 조직 내 부패 기득권에 저항하면 인사 보복을 하는 ‘
무고 폭탄’, 충성경쟁을 하는 하수인들을 풀어 끊임없이 물어뜯게 하는 ‘
주구 폭탄’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수사관은 2016년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을 폭로한 책 <잔재>를 펴내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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