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호 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장 앞에서 열린 홍기탁, 박준호 무기한 단식 농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다 눈물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파인텍 노동자 2명이 9일로 424일째 고공농성을 하는 동시에 4일째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파인텍 노동조합 쪽이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난한 사 쪽 입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8일 밤 공개한 입장문에서 “스타플렉스 강민표 전무(파인텍 대표)는 고공단식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노조가 문제라는 발언만 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강 전무의 기자회견 내용 중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많고, 주장 자체가 헌법이 인정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8일 오전 연 기자간담회에서 스타플렉스에서 파인텍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직접 고용이 되면 스타플렉스조차 없어진다. 스타플렉스마저 (폐업한) 스타케미칼 꼴이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분들은(노조) 노동의 대가로 생계유지나 가족 부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든 다른 목적이 있다. 자본가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20년 전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고 노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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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동행동 쪽은 “(파인텍이)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성실히 업무에 임했지만 파인텍에서 일하는 10개월 동안 12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방치됐고 그 와중에 3명이 떠나 5명만 남게 되었다”며 “노조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 혐오 태도 및 무책임한 경영 관리가 기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사 쪽이 스스로 입증했다”고 했다.
파인텍의 모회사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의 법적 책임 유무를 두고 강 대표는 “김세권 대표는 법적 책임이 없다. 도의적이고 인간적 부분으로 (노조와의) 협상에 참여하고 최대한 협조하려 했다”며 “스타케미칼의 청산인 대표로 파인텍을 만드는 과정에 금전적인 부분을 합의하면서 (김 대표의 법적 책임은) 종결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파인텍 노동자가 원래 일했던) 한국합섬을 인수하여 스타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재가동하고 스타케미칼을 청산한 장본인도 김세권 대표”라며 “김세권 대표는 스타케미칼 공장 가동 1년8개월 만에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폐업을 발표했다. 이후 폐업·청산 투쟁에 돌입한 노동자들과 (파인텍이라는) 신설 법인을 세우고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한 장본인도 김세권 대표”라고 했다. 이어 “파인텍의 강민표 대표는 스타플렉스의 전무 이사”라며 “스타플렉스와 파인텍 사이의 관계를 부인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 이틀째인 8일 오전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텍 대표)가 8일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파인텍 노동자와 사 쪽의 4차 교섭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파인텍 노조가) 상여금을 800%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비용 최소화로 (임금을) 시작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양새가 잘 갖춰지면 이익의 30%는 노동자 몫으로 떼준다는 안을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4차 교섭이 결렬된 주된 이유는 김세권 대표가 책임을 명시하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공동행동은 “사 쪽은 파인텍을 재가동하고 김세권이 파인텍의 1대 주주로 참여하고 1대 주주에 대한 권리 및 주식을 매각하거나 양도하지 않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주주는 권한은 있되 어떤 법적 책임도 없는 자로, 이는 사실상 고용과 경영 등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아울러 “사 쪽이 3년간만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이야기했다. 노골적으로 3년짜리 비정상적인 고용을 계약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행동 김소연 대표는 “일단 (파인텍 노동자가) 424일째 고공농성을 하며 단식까지 들어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며 “사 쪽이 이런 긴급함을 인지하고 전향적으로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식농성 중인 홍기탁·박준호 두 파인텍 노동자는 8일 오전 10시 굴뚝으로 올라온 의사한테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홍종원씨는 “몸무게가 40㎏대로 보였다. 살이 전혀 없이 뼈만 드러났다”며 “혈당이 낮은 수치라 이야기를 나눠 효소를 올려보냈다”고 밝혔다.
파인텍 강민표 대표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섭은 언제든 열려있다. 그럼에도 다시 원점화 되어 버린다면 굉장히 (교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런 교섭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라며 “자꾸 안 되는 것을 끝까지 요구하면 어렵다”고 했다. 이어 “(김세권 대표의 책임론과 스타플렉스 고용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접점도 찾았었다”며 “그렇다고 나머지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지만, 최대한 서로 책임을 지기 위해 책임성 있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