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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퇴임뒤에도 ‘제왕’?…대법원서 입장 밝히겠다는 ‘피의자 양승태’

등록 2019-01-09 11:25수정 2019-01-09 11:40

11일 검찰 출석전 대법 경내서 입장문 발표 추진…대법 “전례없는 일” 당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자신의 집 근처 공원에서 판사 뒷조사와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자신의 집 근처 공원에서 판사 뒷조사와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대법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장 재직 시절 범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가, 자신의 재판을 맡을 기관을 앞세워 검찰을 압박하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 6년 동안 ‘제왕적 대법원장’으로 군림하며 총체적으로 사법 신뢰를 무너뜨린 그가 또 다시 대법원을 들러리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9일 “검찰 출석 직전인 11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소회 등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쪽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건물 내부는 아니고 정문 안쪽 (대법원 현관 진입) 로비에서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6년, 대법원장 6년 동안 관용차를 타고 오르내리던 길이다.

변호인 쪽은 대법원 경내를 택한 이유로 “혹시 모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11일에는 서울중앙지검과 대법원 주변에 양 전 대법원장 처벌을 촉구하거나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의 집회 등이 예정돼 있다. 다만 변호인 쪽은 “대법원과 협의가 된 것은 아니다. 협의가 안 되면 정문 밖에서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법원 입장 발표’에 당황한 기색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입장 발표와 관련해 현재까지 대법원과 진행된 협의는 없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대법원 쪽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주요 피의자가 검찰 수사 전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찰 첫 소환 조사 때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은 바 있다. 검찰청 경내에서 입장문을 발표할 경우 변호인이 우려한 “혹시 모를 충돌”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 쪽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인은 “대법원 입장 발표 뒤 취재진으로부터 3~4개 질문을 받겠다”면서도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못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한 뒤, 하고 싶은 답변만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6월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 성남 수정구 자신의 집 근처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의 형식은 물론 내용도 실망스러워 ‘놀이터 기자회견’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대법원 입장 발표’라는 형식으로 전직 대법원장의 권위를 갖추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법원 건물을 등에 지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에 일선 판사들은 여전히 ‘제왕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판사는 “전두환이 수사받으러 가면서 청와대 앞에 가서 입장을 발표하고 수사받으러 갔느냐. 연희동 자기 집 골목 성명을 내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과연 대법원에서 입장 발표를 허용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법원도 난처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가 결국 전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으로 이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법원 안팎의 검찰 수사 반대세력은 ‘전직 대법원장의 대법원 이용조차 막는다’고 여론전을 펼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쪽이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무리한 대법원 경내 ‘진입’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재우 최우리 고한솔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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