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서울 공간 혁신 우수 학교 둘러봐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 발표
노후 시설 개선하고 공간 혁신 예정
서울 공간 혁신 우수 학교 둘러봐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 발표
노후 시설 개선하고 공간 혁신 예정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도서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학생과 교사가 공간 혁신의 주체…참여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9일 서울 천일초에서 ‘미래 교육과정에 부응하는 공간혁신 간담회’ 열려
교육부가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한 9일, 서울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천일초 교장 및 교사·학부모·학생, 공간 혁신 전문가 등이 함께 모였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미래 교육과정에 부응하는 공간혁신 간담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교육 과정의 변화와 함께 학교 공간을 바꾸는 작업에 참여해온 김태은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교사와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 연구본부장,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라는 책을 펴내고, 학교 공간 혁신 작업에 참여해온 김경인 공학박사가 참석해 앞으로 학교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은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교사는 먼저 학생들도 ‘오늘을 사는 시민’이고, 시민으로서 ‘공간 주권’을 갖고 있는 주체임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학생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생이 등교하는 길에 차들이 편하게 다니는 정문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차를 피해 다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교에서는 아직 어른용 큰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 어른용 수저와 젓가락을 주고, 어른용 큰 변기가 설치돼 있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기도 한다.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학생에게 불편하고 불친절한 공간인지 그는 설명했다. 교육 과정도 학생 중심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김 교사는 광주 마지초 김황 선생님에게 들은 사례를 소개했다.
“한 아이가 점심시간에 선생님에게 와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대요. 너무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함께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는데 공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욕구를 가진 학생들에게 우리가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요? 이 학교에 학생들이 자동차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엉뚱 무한 상상실’이 만들어졌습니다. 공간이 만들어지니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학교에서는 자동차를 진짜 만들어내더군요.”
김 교사가 보여준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아이들이 직접 나무로 만든 썰매형 자동차를 타며 신나해하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김 교사는 단순히 공간 혁신이라고 해서 위에서 뚝딱 표준 모델을 만들어 공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식과 실제 상황이 끊임없이 연결돼야 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물리적인 환경을 단순히 개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이 직접 참여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성해보고 그 결과물의 효능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그런 수업이 가능하도록 수업을 지원해주고, 컨설팅도 해주고, 전문가 연결도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 현장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민주적인 공간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부터 시작해야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며 “교사가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온·오프라인 매뉴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 연구본부장은 공간 변화 이외에도 실제 교육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본부장은 “공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공간을 해석하는 것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수업의 50%는 분리된 공간에서 하고, 나머지 수업 50%는 학교 밖에서 하는 등의 정책들이 함께 실시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연구본부장은 “이미 2015 교과과정이 다양한 학습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소그룹 토의를 할 수 있고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사례를 보면 학교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이 아닌 ‘러닝 센터’로 기능을 하고 있으니, 학교 도서관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하게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제로 카페 등 시설을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못하게 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관리자 중심의 사고방식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인 공학박사는 학교 안에 문화공간을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김 박사는 “휴게 공간을 설치하면 감사를 받게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 건축 구성 기준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단순히 선풍기를 에어컨으로 바꾸고,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잔디 운동장으로 바꾸는 것은 장식(데코레이션)일 뿐”이라며 “학교 구성 기준 등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학교 공간혁신 우수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18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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