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단체 160여명 대법원·검찰 인근 집회
법원 공무원들 “법원을 더 이상 욕보이지 마라”
5분 만에 끝난 기자회견, 취재진 포토라인은 ‘무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자신이 근무했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동안 이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9시 대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법원 공무원 50여명은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진입을 막기 위해 대법원 정문 입구를 봉쇄했다. 이들은 대법원 정문 위에 올라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었다. 법원 공무원들은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전 직장이기도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중립적 기구이기도 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자격이 아니라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것이다. 더이상 사법부를 욕되게 하지 마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간이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서초역 인근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시위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등장을 기다렸다. 재판거래 의혹 피해 단체 등은 대법원 정문 앞, 보수단체는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을 지키며 각기 다른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애국문화협회 등 단체 5곳에서 160여명의 시민들이 서초역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모두 144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오전 9시2분 양 전 대법원장이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타고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하자,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국민에게 자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기자회견 그만두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죗값을 받아라” “여기는 더이상 당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대법원이 아니다”라는 외침과 구호 등이 이어져 양 전 대법원장은 말하는 도중 수차례 말을 멈추기도 했다. 입술을 찌푸리며 눈을 감는 모습도 보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 등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자신이 근무했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러 도착하고 있다. 뒤쪽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 전 대법원장은 5분여의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타고 온 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서초역 네거리 인근의 차량이 통제돼 양 전 대법원장은 2분 만에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을 통과했다. 50여명의 취재진이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이 설치해놓은 포토라인을 가볍게 지나쳤다. “강제징용 재판개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재진 질문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전 9시10분께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검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대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분 만이다. 검찰은 짧은 티타임 뒤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 앞 집회·시위가 마무리된 뒤 출근할 예정이다.
고한솔 이주빈 장예지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