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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정 초유의 전 대법원장 검찰조사…‘사법 치욕’의 날

등록 2019-01-11 21:10수정 2019-01-11 21:17

양승태, 대법 정문 앞 ‘유체이탈 성명’
“관련된 법관, 그 사람들 과오 있다면...”
사법농단 ‘책임 떠넘기기’ 화법 일관
전 대통령도 선 검찰 포토라인 안 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1일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지낸 이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사법 굴욕’의 날로 기록됐다. 7개월의 오랜 칩거 끝에 국민 앞에 선 전직 대법원장은 모든 법적 책임을 부인하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사법농단’으로 상처받은 국민들, 여론의 불신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법원을 향한 진솔한 사과도 없었다. ‘사법 신뢰’가 또 한번 추락한 날이었다.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예고한 대로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 발표를 강행했다. 법원을 ‘병풍’ 삼으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무시했다.

“그 사람들” “우리 법관들” “절대다수의 법관들”.

정작 그가 내놓은 말에서는 자신을 직접 ‘주어’로 내세운 문장을 찾기 어려웠다. 사법농단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들을 지칭할 때는 “그 사람들”이라며 거리를 뒀다. “제가 안고 가겠다”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했지만, 이는 도의적 책임을 언급한 것일 뿐 법적 책임에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판사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사법부 수장이었던 이의 책임 떠넘기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입장문에서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이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재임 시절 사법농단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만약 불법행위가 있었더라도 아래 법관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검찰 조사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 수사로 관련 증거가 나온 재판 개입, 법관 인사 개입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부당한 개입은 없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1일 ‘놀이터 기자회견’ 때도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판사는 “잘못한 것도,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아래 법관들이 잘못을 했더라도 자신이 지시하거나 묵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직권남용은 없었다는 방어논리”라고 분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건물을 등지고 5분짜리 ‘담벼락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법원노조와 사법농단 피해자 등은 “양승태 구속”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거쳐 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바로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청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 앞에 선 전직 수장’을 두고 “여전히 제왕적 특권의식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검찰 조사는 저녁 8시40분에 끝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사건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실행 혐의 등을 모두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한두 차례 더 비공개 소환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양진 임재우 최우리 장예지 이주빈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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