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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정일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6년만에 끝난 보안법 수사

등록 2019-01-13 17:10수정 2019-01-13 20:37

북한 조롱글 트윗했다 수사 받은 권용석씨 6년8개월 만에 무혐의
2011년 시작된 ‘리트윗 보안법’ 사건 모조리 무죄나 무혐의 나와
권용석씨가 1월2일 트위터에 ‘혐의없음’ 처분 사실을 알리며 올린 글 (@yawoori 트위터 갈무리)
권용석씨가 1월2일 트위터에 ‘혐의없음’ 처분 사실을 알리며 올린 글 (@yawoori 트위터 갈무리)

대학생 때 북한의 3대 세습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권용석씨가 6년여 만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2011년 트위터에 북한을 조롱하는 글을 쓴 박정근씨 수사를 시작으로 이뤄졌던 ‘리트윗 보안법’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나 ‘혐의없음’ 결론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권씨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처분하였으므로 알려드립니다. 혐의 없음. 2018년 12월21일.”

권씨는 처분일로부터 6년8개월 전인 지난 2012년 4월26일 충남 천안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압수수색 당했다. 트위터에서 야우리(@yawoori)라는 계정을 사용하던 권씨가 트윗·리트윗한 글들이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나왔다며 문을 열어달라던 이들은 집에 들어온 뒤 돌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수사관들은 권씨의 컴퓨터를 살피고, 서재에 있는 책들을 압수했다. 일기장, 사진첩도 예외는 아니었다. 권씨는 “개인적인 기록들과 ‘마르크스’나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모두 가져갔다. 수업 교재, 논문들도 포함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권씨는 국민대 사회학과 학생이었다.

이후 권씨는 간판도 없는 서울의 한 보안분실에서 12시간씩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학생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없애려면 사회주의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고 보나요?” “자본주의는 왜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권씨는 자신이 작성한 트윗과 리트윗 하나하나에 대해 작성 경위와 리트윗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김정일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라는 장난 글까지 해명을 요구했다. 권씨는 당시 “북한 정권을 고무·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주먹으로 미사일을 때려서 떨어뜨렸다’ 등 북한의 수령 숭배 체제를 비판하거나 놀리기 위한 것들”이라고 설명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앞서, 그와 함께 ‘사회당’에서 활동했던 친구 박정근씨가 권씨처럼 장난과 조롱의 의미로 올린 트위터 글 때문에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2011년 9월21일 박씨의 집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북한을 조롱하는 글조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계정이 작성한 글을 리트윗하거나, “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며 조문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조의의 뜻으로 보내겠습니다” 등의 글이 수사 대상이 됐다.

박씨는 수사가 시작된지 3년 만인 2014년 8월28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슷한 이유로 2012년 10월부터 수사를 받은 김정도씨도 2016년 5월께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권씨가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리트윗 보안법’이라고 불린 경찰의 국가보안법 수사는 수사 대상자들에게 고통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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