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동료들과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든 뒤 전두환 정부로부터 불법 노조탄압을 당한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부(재판장 김행순)는 고 이소선 여사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아들 전태삼씨와 옛 청계피복노동조합(청계피복노조) 조합원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과거 고 이소선 여사에게 1천만원, 두 조합원에게 3천만원씩 배상 판단을 했던 2011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확정한다는 의미다.
고 이소선 여사(2011년 작고)는 2010년 1월 옛 노조원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불법 노조탄압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여사는 아들 전태일 열사의 동료들과 함께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뒤다. 그러나 1980년 8월 전두환 신군부는 ‘노조 정화지침’을 만들어 노조와 간부들을 탄압했다. 2010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노동기본권 침해는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권고했다.
2011년 1심에 이어 2심까지 “청계피복노조를 강제 해산시켜 노동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 위원회 보상금 지급에 동의해 생활지원금 등을 받았다면 정부와 화해가 성립해 추가 배상요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뒤 이를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으로 내려 보냈다.
재판부는 “민주화보상법은 보상금 산정에 있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으므로, 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만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반한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민주화보상법의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현재 우리가 보장받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사람과 그 유족에 대한 국가의 보상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지난 2015년 대법원 판단의 기속력(하급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정신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해석이 법을 변경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법원 판단의 기속력이 없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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