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2015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파견 중인 판사를 직접 방으로 불러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아무개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로 직접 불러 재판에 넘겨진 지인의 아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 등을 맡아 선거를 도운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서울북부지법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 의원 지인의 아들인 이아무개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한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린 뒤 추행하려 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재판에서는 이씨가 피해자 1m 앞까지 다가가 양팔로 껴안으려 한 것이 강제추행미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경우 공연음란죄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운전 중 계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었다. 강제추행은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에 비해,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서 의원의 청탁을 들은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 임 전 차장은 서울북부지법의 문용선 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통해 담당 판사인 박아무개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했고,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서도 재판부 쪽에 청탁 내용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문 법원장은 박 아무개 판사를 법원장실로 불러 서 의원의 요구를 전달하면서,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이런 것은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박 판사는 이씨의 죄명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이씨가 노출증을 앓고 있다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한 결과였다. 이 판결은 그 뒤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서 의원 쪽은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죄명을 바꿔달라고 하거나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 없다. 그 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당사자인 이씨의 아버지와 청탁을 받은 김 부장판사의 진술, 서 의원의 청탁이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는 객관적 물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서 의원 등 정치인 관련 재판 민원을 처리해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임 전 차장을 추가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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