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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런 것 막아줘야 하는데…” 담당판사에 서영교 청탁 전한 법원장

등록 2019-01-16 16:42수정 2019-01-17 11:28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추가 공소장 보니
국회 파견 판사, 서영교 의원 만난 직후
‘벌금형 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
임 전 차장에 청탁내용 담긴 이메일 보내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 수사 결과, 2015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파견 중인 판사를 직접 방으로 불러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용선 서울북부지법원장은 해당 재판을 맡고 있던 담당 판사를 불러 서 의원의 청탁을 전달하면서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이런 것은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추가 공소장을 보면,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아무개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로 직접 불러 재판에 넘겨진 지인의 아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 등을 맡아 선거를 도운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서울북부지법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4년 12월께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행사자 등지에서 지역구 연락수무소장을 맡았던 ㄱ씨로부터 ‘제 아들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으니 법원에서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ㄱ씨의 아들인 이아무개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한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린 뒤 추행하려 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재판에서는 이씨가 피해자 1m 앞까지 다가가 양팔로 껴안으려 한 것이 강제추행미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경우 공연음란죄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운전 중 계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었다. 강제추행은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에 비해,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이후 서 의원은 2015년 5월18일께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피해자와 합의를 했지만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구속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듣고 국회 파견 중인 김아무개 부장판사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직접 불렀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지인의 아들이 2015년 5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로 김 판사에게 ‘재판 개입’을 요청했다.

재판 거래의 판돈은 ‘상고법원’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2015년 5월 상고법원안이 법안심사 제1소위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논의되지 않는 등 국회 논의에 진척이 없자 상고법원안을 심의하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개별 의원의 성향을 분석하는 등 설득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회 파견 판사였던 김아무개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추진 TFT 대응전략팀의 팀원으로 상고법원 관련 국회 동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설득전략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김 판사는 서 의원을 만난 직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서 의원의 청탁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서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이라며 ‘서 의원은 피고인이 공연음란의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고, 추행의 의사가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당시 상고법원안 발의에 서명했으나 법안 통과에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서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이 내용을 사건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강제추행미수 사건의 진행 내역을 검색해 선고기일이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후, 직접 서울북부지법의 문용선 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연락해 해당 재판에서 벌금형 선고를 포함해 변론재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후 문 법원장은 박 아무개 판사를 법원장실로 불러 서 의원의 요구를 전달하면서,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이런 것은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서도 재판부 쪽에 청탁 내용을 재차 전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박 판사는 이씨의 죄명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이씨가 노출증을 앓고 있다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한 결과였다. 이 판결은 그 뒤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서 의원 쪽은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죄명을 바꿔달라고 하거나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 없다. 그 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당사자인 이씨의 아버지와 청탁을 받은 김 부장판사의 진술, 서 의원의 청탁이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는 객관적 물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서 의원 등 정치인 관련 재판 민원을 처리해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임 전 차장을 추가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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