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지난 해 6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 도착,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에서 "특활비 1억은 받았지만 뇌물 성격은 아니었다"고 입장을 바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최경환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 수수 액수인 추징금 1억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가 예산을 효율적이고 균형있게 편셩해야 하는 기재부 장관이 거액의 자금을 받은 것은 직무집행이 불공정하게 이뤄질거란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최 의원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시절인 2014년 최 의원은 국정원 예산 증액 대가로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입장을 바꿨다. 이병기 전 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받긴 했으나 특활비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재부 장관이자 인맥이 두터운 3선 국회의원으로서 피고인도 1억원이 국정원 예산 편성에 대한 감사 의미라는 걸 어렵지 않게 인식했을 것"이라며 뇌물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또 첫번째 선고에서 1억원 수수 사실을 부인하다 입장을 바꾼 점은 최 의원도 국정원장에게 특활비를 지원받는다는 게 비정상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뇌물 수수에 고의성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2014년 10월 최 의원은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특활비 1억원을 받았다. 실제로 2015년도 국정원 예산은 전년보다 470억원가량 늘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최 의원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국정 운영 목적이 있어도 기재부 장관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교부하는 것은 불법 전용에 해당한다"며 뇌물죄가 부정되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