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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 심의’ 비판받던 방심위, ‘오늘밤 김제동’ 문제없음 결론

등록 2019-01-21 08:06수정 2019-01-21 10:29

자유한국당 김병준·나경원 “김정은 일방적 찬양” 비판 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심의위원 사상검증 질문 공세
21일 열린 전체회의 논의 끝에 ‘문제없음’ 결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왼쪽 넷째)가 2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송독립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방심위의 KBS 오늘밤김제동 전체회의 상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방심위가 `김수근 단장 인터뷰'에 대해 전체회의 상정은 방송독립성 훼손이자 제자 자율성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왼쪽 넷째)가 2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송독립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방심위의 KBS 오늘밤김제동 전체회의 상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방심위가 `김수근 단장 인터뷰'에 대해 전체회의 상정은 방송독립성 훼손이자 제자 자율성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심의 과정은 한마디로 자유한국당과 수구 냉전세력발 정치공세이며, 이에 휘둘린 방통심의위원회의 눈치보기의 소산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이 2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자유한국당의 공영방송 흔들기에 휘둘린 정치심의, 청부심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통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이날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 시비에 휘말린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의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민행동은 “이번 사안은 심의로 포장된 방송 독립성 훼손이자 제작 자율성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발족한 시민행동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한 장면. ‘위인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방송 갈무리
지난해 12월4일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한 장면. ‘위인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방송 갈무리
지난해 12월4일 <오늘밤 김제동>은 ‘위인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 환영 행사를 연 김 단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차였다. 2분 남짓의 인터뷰에서 김 단장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왜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칠 수 없나 되묻고 싶다”며 “(김 위원장의) 겸손하고, 실력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뒤에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18분가량 토론을 이어갔다.

방송 사흘 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시작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김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찬양했다”며 KBS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밤 김제동> 출연금지령을 내리는가 하면,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행동은 이번 사안이 이토록 커진 데는 보수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인터뷰에 응한 김 단장은 시종일관 ‘생각할 수 있는 자유’와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했다”며 “해당 방송은 한반도 평화와 협력이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하나의 목소리를 다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민행동은 “(그럼에도) 김병준 위원장은 ‘김정은 답방 환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겠냐’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통째로 넘어가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꼬집었다.

황당한 주장은 전체회의 회부 결정을 내린 지난 10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반복됐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심의위원은 의견 진술을 위해 출석한 제작진을 향해 “북한을 이적단체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상검증에 가까운 질문 뒤에는 김 단장 등을 ‘(국가보안법으로) 이미 다 체포돼서 끌려갔어야 될 사람들’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전 위원은 “KBS는 태극기 들고 다니는 수만, 수십만은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김 단장 인터뷰는) 2분 동안에 걸쳐 실어줬다”며 공정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 위원은 세월호 참사를 들먹이기까지 했다. 전 위원은 “(김 단장 인터뷰는) 천안함 사건·연평해전 피해자 입장에서는 눈이 튀어나오는 이야기”라며 “세월호 유가족만 가슴 아픈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광삼 방통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전광삼 위원 유튜브 갈무리.
전광삼 방통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전광삼 위원 유튜브 갈무리.
당시 제작진은 해당 방송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김 위원장을 칭송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무엇이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고 밝히고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전파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민행동은 “당시 방심위는 방송의 다양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해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야 했지만 전 위원의 퇴장이라는 술수에 말려 전체회의에 회부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심위 내부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이유다.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는 “방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치·표적·청부 심의를 통해 방송 장악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며 “방심위가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거듭나길 기대했지만 현재 실태를 보면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전체회의에 회부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오늘 전체회의에서 당연히 상식적인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래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 부본부장은 “김정은 환영단의 구호와 활동이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공영방송 본래의 기능과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방심위는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다수 의견으로 ‘문제 없음’을 최종 의결했다. 심의위원 다수는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독특한 사회현상의 하나로 해당 인터뷰를 소개했다는 점, △출연자들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점,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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