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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멍난 형사정보시스템…법원서 재판정보 줄줄 샌다

등록 2019-01-25 12:15수정 2019-01-25 20:31

줄줄 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사법농단 수사에서 2011년 박병대 당시 대법관
고교 후배 재판 상황 몰래 보고 조언한 사실 드러나
“취약한 보안이 불법 부추긴다”는 지적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원·검찰·경찰·법무부 등 4개 기관의 형사사건·재판 관련 내밀한 정보가 저장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와 재판 상황이 줄줄 새고 있다.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병대 전 대법관이 재임 시절 고교 후배의 형사재판 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이를 귀띔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킥스는 과거 법원·검찰·경찰·법무부가 독자 운영하던 형사사건·재판 체계를 통합해 수사부터 형 집행까지 전 과정을 전자화해 관리하는 통합시스템으로 2010년에 본격 도입됐다. 이전엔 각각 전산망이 달라 수사·기소·재판 등 단계별로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사건 정보의 유통 경로가 통합된 뒤 이 시스템에 대한 보안 관리를 각 기관이 알아서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법원의 경우 판사라면 누구나 킥스와 연계된 ‘재판사무시스템’에 접속해 자기 사건뿐 아니라 다른 재판부 사건을 열람할 수 있어 보안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 수감 현황, 재판부가 특이사항으로 남겨놓은 메모 등 재판 상황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나의 사건 검색’에 나오는 내용보다 정보가 훨씬 더 자세하다”고 전했다. 판사뿐 아니라 재판사무 담당 직원, 행정처 심의관 등이 다른 재판부의 사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드러난 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례를 보면, 박 전 대법관은 2011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고교 후배 이아무개씨의 1·2심 재판 정보를 보려고 킥스에 10여차례 접속했고, 이씨를 집무실로 불러 재판 관련 조언을 해준 정황이 포착됐다. 이씨 사건은 1·2심에 이어 박 전 대법관이 소속된 대법원 소부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도 사건 정보 유출이 계속 문제가 되자 ‘자신의 담당 사건이 아니면 상급자의 결재를 얻어’ 열람하도록 하고 있지만, 꼼수를 방지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의 한 검사는 2017년 7월 사적인 이유로 킥스에 접속해 사건내역을 조회한 것이 드러나 정직 6월에 징계부과금 124만원 처분을 받았다. 2016년 12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찰 수사관이 사채업자 내연녀의 부탁으로 형사사건 정보를 유출했다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같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법관 본인이 유죄를 확정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처벌뿐 아니라 사전 예방의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전과 조회나 형사재판 기록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허술한 보안 탓에 공직자들의 불법이 방치되고 있다”며 “열람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기술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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