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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딸 “아빠 전혀 반성 안했는데…”

등록 2019-01-25 15:43수정 2019-01-25 17:46

법원, 피의자 반성문 제출 감안해 징역 30년 선고
둘째 딸 “뒤늦게 낸 반성문 인정…많이 아쉽다”
“아버지 평생 용서 못 해…사회 나올까봐 두려워”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사건 기록을 보고 나서 충격이 컸다. 어이없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경찰 조사 시작할 때 건강 상태를 물어보니까 ‘몸은 아픈 데가 없는데 마음은 너무 아프다’고 했더라.”

전화기 너머로 헛웃음이 들렸다. 그는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피의자 김아무개(50)씨와 피해자 이아무개(48)씨의 둘째 딸(22)이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2일 새벽 4시45분께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아내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수십 년간 아내와 세 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고 이혼 뒤에는 부인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며 살해 협박을 했다.

그런 김씨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둘째 딸은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처음으로 ‘반성한다, 엄벌에 처해달라’고 하더니 최근 법원에서 사건 기록을 열람해보니 수사 과정에서 자신한테 불리한 내용은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고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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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할 기회는 너무 많았다”

둘째 딸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수사 기관에 “2015년 2월 아내를 폭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부 사이가 좋았다. 아이들이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아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둘째 딸은 사건 발생 직후 <한겨레>와 만나 “유치원 때부터 아빠한테 맞기 시작했다. 태권도 띠나 벨트로 손목을 묶어놓고 때리기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의 폭력 앞에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무릎을 꿇고 비는 것뿐이었다”며 의심과 통제, 폭력을 휘두르며 가족들 위에 군림한 김씨의 행태를 고발했다. 참다못한 둘째 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2015년 2월의 폭행 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김씨는 이렇게 드러난 폭력에 대해서만 인정하려고 한 셈이다. (▶관련 기사 :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딸 인터뷰 “아빠는 우릴 통제했다”)

둘째 딸은 사건 당일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김씨의 태도에도 분노했다. “사건 당일에 대해서 물으면 아예 기억이 안 난다고, 경찰차를 타고 이송될 때쯤 정신이 들었다고 말해놓고 사건 직후 수면제 300알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는 건 똑똑하게 기억하더라. 그런데 병원에서 그 정도 치사량은 몸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둘째 딸은 사건 기록을 보고서야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사흘 전인 지난해 11월19일에도 김씨가 살해 장소인 아파트에 찾아온 사실을 알게 됐다. 둘째 딸은 “경찰이 그날 손에 든 신문지 뭉치 안에 무엇이 들었냐고 물었는데 또 무조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 만약 그 안에 흉기가 있었다고 하면 계획범죄인 게 들통날까 봐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딸은 “반성한다”는 김씨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1일 열린 결심 공판 법정 최후진술에서 김씨는 “아이 엄마에게 미안하다. 죗값을 엄히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정에 서서야 “반성한다”고 말한 것부터가 진정성이 없다는 게 둘째 딸의 생각이다. “죄를 뉘우친다고? 반성한다고? 그런 말을 할 기회는 솔직히 너무 많았다. 몇십년 동안 (사과할) 기회가 한두번 있었던 게 아닌데 그제서야 반성한다고 말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김씨는 당시 “반성을 하고 있지만 유가족이 더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성문은 쓰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김씨가 돌연 생각을 바꿔 선고를 앞둔 지난 4일과 10일, 15일 세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둘째 딸은 “선고 전에만 내면 된다고 생각해서 직전에 써서 제출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진의를 의심했다.

전화 통화 내내 김씨의 이중적 태도에 혀를 내두르던 둘째 딸은 다음날 선고 결과를 두고 “예상이 잘 안 된다”며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니 그보다 더 낮춰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초조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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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씨에게 징역 30년형 선고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5일 살인과 위치정보법 위반·특수협박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0년형과 20년 동안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정에 김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피해자 이씨의 어머니가 “살인자 나온다”고 외쳐 소란이 일기도 했다. 무표정한 모습의 김씨는 유족들에게 편지를 썼다며 흰 종이뭉치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혼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김씨가 두려워 거처를 옮겨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를 집요하게 추적했고, 피해자를 발견하게 되자 미행하거나 위치추적기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거처까지 찾아냈고, 계획적인 범행을 통해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으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의 딸들을 비롯한 유족들은 큰 슬픔과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한편 장차 김씨로부터 보복을 받지 않을까 불안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변론 종결 이후 제출한 반성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죄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0월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아무개씨의 딸이 지난해 11월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가림막 뒤로 비공개 출석하고 있다. 맨 앞 오른쪽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10월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아무개씨의 딸이 지난해 11월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가림막 뒤로 비공개 출석하고 있다. 맨 앞 오른쪽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재판 직후 기자들 앞에 선 둘째 딸은 “재판부가 반성문 제출한 부분을 인정해서 형이 30년으로 낮춰졌다. 결과가 많이 아쉽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사건 기록에서 보듯 그동안 모르쇠와 거짓말로 일관한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씨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 역시 읽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했다. “가족들이 제일 우려했던 부분이 재범에 관한 부분인데 많이 두렵다”는 둘째 딸은 김씨가 구속된 직후 “매일 아침 문을 열 수가 없다. 문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애들은 저거(김씨) 나오면 잠도 못 잔다. 차례대로 죽인다잖아!” 둘째 딸 옆에 서 있던 피해자 이씨의 어머니가 둘째 딸의 마음을 대변하듯 소리쳤다.

항소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둘째 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엄마의 한을 풀어드리려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열심히 했다. (1심 선고 뒤에) 웃으면서 그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 납골당에 찾아가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범행의 잔혹성과 가족의 엄벌 요청 등 사안에 비해 구형에 못 미치는 형이 선고되었다고 판단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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