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은 논밭에서, 공장들이 밀집한 구로공단을 거쳐 이제 구로디지털단지로 변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고층 아파트형 공장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정희 정권 당시 국가가 나서 토지를 강탈해간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가 거듭된 법원 판단을 거친 끝에 50여년 만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25일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근)는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인 고 김아무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구로농지 사건은 박정희 정권 당시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며 강제로 농민들의 토지를 수용한 사건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1942~1943년 당시 군용지로 쓰겠다며 서울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로 수용했다. 해방이 되자 정부는 1950년 3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땅을 농민들에게 분배했다.
1961년 박정희 정권은 구로공단을 조성해야 한다며 농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토지관리권을 재무부로 넘겼다. 김씨 등 85명은 1964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968년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소송에서 증언을 했던 공무원을 구속하고 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을 구속하는 등 각종 탄압에 나섰다. 이미 패소한 민사 소송도 재심을 청구해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김씨가 받아낸 승소 판결 또한 재심으로 취소를 당했다. 2017년 숨진 김씨를 대신해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농민들을 불법연행, 감금 등 가혹 행위를 했고 무리하게 위증죄 등으로 기소해 처벌한 다음, 재심으로 승소 판결까지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과거 국가가 받아낸 판결은 재심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 국가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