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기업에 막대한 규제 권한을 갖는 ‘경제 검찰’ 지위를 이용해 퇴직 간부 채용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이 일부 유죄 판단을 받았다. 기업에 딸 취업까지 청탁한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업무방해,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건강상 이유’로 보석 석방된 김 전 부위원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정재찬 전 위원장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기업에 실제 취업하거나 이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간부 11명은 집행유예나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법에 따라 주어진 공정위의 책무를 저버리고 조직적 차원에서 그 영향력을 이용해 퇴직자의 취업 자리를 마련했다. 기업들로서는 채용 대상자의 적합성을 판단하지 못하고 공정위 요구에 따라야 해 업무방해 피해를 입었다.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부위원장에 대해 “재직 기간 동안 상당수의 퇴직자가 기업에 취업했다. 개인적 요청을 받고 퇴직자가 아닌 사람을 기업에 취업시켜줬고, 친분을 이용해 딸의 취업 기회를 뇌물로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지철호 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 부위원장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중소기업중앙회에 상임감사로 취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취업 제한 기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동수, 노대래 전 공정위 위원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내부 출신의 위원장과 달리 외부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공정위 내부 사정에 대해 상세하기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운영지원과장이 부위원장에게 상세히 보고한 뒤 정리된 내용을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이어서 두 전직 위원장이 취업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 등 16곳에 압력을 행사해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년퇴직이 가까운 고위 간부들을 대기업에 재취업시키면서 공정위 조직 내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려 했다고 봤다. 재취업한 18명의 전체 급여는 76억여원으로, 이 중에는 3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도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현대차 계열사에 자녀를 취업시킨 혐의(뇌물수수) 등도 적용받았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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