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지난 2011년 구속기소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던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15일 두 번째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술·담배를 즐기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고 난 뒤에야 법원은 이 전 회장을 다시 구속(지난해 12월14일)했다. 재구속 이전 수감 기간은 63일에 불과해,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전 회장은 2021년10월까지 ‘옥살이’를 해야 한다. 8년간 큰 돈을 쏟아가며 전직 대법관 2명을 비롯해 대부분 전관변호사로 구성된 100여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은 이날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기업 오너가 범행에 회사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질렀고, 피해금을 사후적으로 변제했다고 하지만 그런 사정은 이미 지난 판결에 반영됐다”며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한다면 고질적인 재벌 개입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분리 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여기에는 이 전 회장이 포탈 세액 7억원 상당을 국고에 반환한 점이 고려됐다. 다만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보면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대주주가 갖는 주주권 행사는 정지될 수 있으나,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수익 약 7억원을 국고에 반환했기 때문에 조세범 처벌법 위반은 실형을 선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회장은 그간 수감된 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을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지내야 한다. 이번 재판 결과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른 것인 만큼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앞서 2011년 1월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 허위 회계처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으로 4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950여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2016년 8월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7년 4월 서울고법(4번째 재판)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취지대로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산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5번째 재판)은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 등 다른 혐의와 분리해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법원은 이 전 회장 쪽이 간암 판정을 이유로 2011년 3월 신청한 구속집행 정지 요구를 받아들였다. 매우 이례적으로 8년여간 6번의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 전 회장의 수감된 기간은 넉 달 정도에 불과하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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